문어발식 뻗어가는 '차이나 블랙머니'

문어발식 뻗어가는 '차이나 블랙머니'
[집중 진단]'인두세'의 덫에 걸린 제주관광(중)
기획여행사 중심 호텔·식당·기념품점 등 운영
급성장한 중국인 관광객 인바운드 시장 점령
  • 입력 : 2015. 05.19(화) 18:16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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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제주항에 입항한 크루즈 '코스타 세레나호'에서 내린 중국인 관광객들이 전세버스를 향하고 있다. 이날 쿠르즈에서 내린 중국인 관광객 3600여명은 대부분 단체관광객으로 약 6시간 동안 '용두암-사후면세점-시내면세점' 등 3개의 코스로 나눠 제주 일정을 소화했다. 강경민기자

제주서 얻은 수익 유출… 인두세 인상 악순환



중국의 블랙머니는 2012년부터 제주에 유입되기 시작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한 2013년 3월 이후 그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 여행사의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 취임 후 지하경제와 탈세 척결에 나서자 중국의 블랙머니가 제주도로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비자 정책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급증한 제주도에 인두세를 통해 블랙머니를 유입시키게 됐다는 것이다.

 제주의 랜드여행사 중 인두세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업체는 2010년 설립된 중국 자본의 A여행사로 알려져 있다. 이 여행사는 2014년 초만해도 18만원선이었던 항공기 이용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인두세를 올해 들어 28만원선까지 올리고, 5만원선이었던 크루즈 관광객의 인두세도 10만원선까지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도관광협회와 제주지역 관광업계는 A여행사가 제주 방문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약 70~80%를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약 286만명 중 단체관광객이 70~80%인 200만~228만여명(제주도관광협회 추정)이라면 이 여행사를 통해 들어온 블랙머니는 수천억원대에 달한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중국 현지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고 있는 제주도의 랜드여행사는 중국의 브로커가 설립한 일종의 기획여행사이다. 블랙머니는 이 여행사와 이 여행사의 중국 현지법인을 이용해 인두세와 지상비 명목으로 제주에 안착한 뒤 여행업과 연관된 부동산에 투자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라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증가하고, 인두세가 올라갈수록 제주에 유입되는 블랙머니의 규모도 커지게 된다. 정상적인 관광시장에서는 불가능한 인두세와 마이너스 투어 피 상품이 출현하고, 인두세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들어온 블랙머니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A여행사는 2012년부터 또 다른 여행사와 호텔, 음식점, 사후면세점(외국인 전용 기념품 판매점) 등을 인수하거나 새로 설립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제주특별자치도가 확인한 결과 중국 자본의 여행사는 2011년까지만 해도 A여행사가 유일했지만 2012년 3개, 2013년 8개, 2014년 10개가 더 문을 열었다. 또한 2012년 이전까지 전무했던 중국인 소유의 관광호텔과 콘도는 2015년 2월 말 현재 13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이전까지 3개에 불과했던 중국인 소유의 음식점도 2015년 4월 말 현재 27개로 늘었다. 2011년 1029필지였던 중국인 소유 토지 역시 2015년 3월 말 현재 6804필지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제주도 여행업계 관계자는 "제주도가 파악한 중국 자본의 여행사는 대표자 명의를 중국인으로 등록한 것만으로 실제로는 50개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여행사는 자신들이 직접 호텔과 식당, 사후면세점까지 운영해 이곳에서 얻는 수익뿐만 아니라 송객수수료까지 모두 챙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사에 송객수수료를 지급하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는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도 "면세점과 거래하는 A여행사 관련 여행사는 모두 6개"라고 확인해줬다. 이들 여행사나 호텔 등의 대표자는 A여행사 대표의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차이나 블랙머니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여행사에서부터 호텔과 음식점, 사후면세점까지 운영하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국 인바운드 시장을 점령할 수 있게 됐다. 중국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이렇게 해서 제주도에서 거둔 수익은 금융기관을 통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중국에 송금되거나 제주의 또 다른 사업에 투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형상 급성장한 제주관광시장이 중국 자본의 독점과 인두세의 인상, 자본의 역외유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블랙머니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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