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메르스 후폭풍' 최소화에 힘 모아야

[백록담] '메르스 후폭풍' 최소화에 힘 모아야
  • 입력 : 2015. 06.15(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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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비상령이 내려졌다. 캠핑장에 머물던 1만2000여명이 '한타 바이러스(Hanta virus)'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감염은 주로 커리 빌리지(Curry Village)에 설치된 텐트에서 이뤄졌다. 공원에 서식하는 야생 쥐들에 의해서다. 한타바이러스는 특히 야외에서 오염된 것을 만지거나 먹을 경우 또는 감염된 동물에 물렸을 때 감염된다.

한타바이러스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6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하면서 한·미 양국 군 수뇌부를 긴장케 했다. UN군 3200여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피해는 심각했다. 중공군 병영에도 비슷한 괴질이 돌았다. 당시 UN군과 소련·중공군은 서로 상대방이 만든 생물학 무기라고 추정했었다.

20여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 이호왕 박사의 연구를 통해 원인이 밝혀졌다. 이 박사는 1978년 환자의 혈액에서 같은 바이러스를 분리하면서,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을 세상에 알렸다. '한타(Hanta)'는 우리나라 '한탄강(Hantan River)'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위세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14일까지 14명이 숨지고 145명에게는 확진판정이 내려졌다. 국내 유입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4~5월 바레인에 체류했던 1번 환자(68)와 그 부인(63)에게 확진 판정이 내려지면서다. 21일 또 다른 남성(76)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3명으로 늘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중동에서나 유행하는 병'으로 치부됐다.

25일 3번 환자의 딸(46)이 고열로 병원에 이송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다음날 4번째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며칠 후엔 1번 환자를 돌봤던 의사·간호사뿐만 아니라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도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 우리 국민의 무지가 부른 총체적 난국이다.

뉴욕 실버크레스트 에셋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초바닉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금은 여행이 취소되는 등 초기 여파만 나타나고 있지만, 질병 통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여파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모건스탠리의 샤론 램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스가 한 달 내에 통제된다'는 가정 아래 "이 달 소매판매는 10% 줄고, 레스토랑 매출은 15% 감소하겠지만 관광산업은 2개월 동안 (매출이) 20%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주의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관광 등 경제계 전반에서 피해가 늘고 있다. 벌써 6만여명의 내·외국인이 제주관광을 취소했다.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액 감소세가 확연하다. 음식점·유흥업소 뿐만 아니라 대리운전업체까지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와 관광업계가 12일 긴급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랜드세일' 같은 공격적 마케팅, 규제 완화 등 요청이 봇물처럼 쏟아졌다고 한다.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자칫 머뭇거리다간 위기를 더욱 키울 수 있다. 더불어 지금의 관광·경제 체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 기침 한 번에 흔들리는 허약한 체질로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없다. <현영종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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