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숲을 복지자원으로](4) 산림에서 일자리를 찾다

[제주 숲을 복지자원으로](4) 산림에서 일자리를 찾다
제주섬 숲자원 활용 지속가능한 일자리 만들어야
  • 입력 : 2015. 11.13(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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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가 숲을 찾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숲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숲해설가와 숲길체험지도사 자연휴양림· 숲길 등 배치
산림복지 전문인력 걸맞는 역량·안정적 근무여건 필요


숲해설가 문상현씨는 사포로 대나무 뿌리를 매끈하게 문지르는 일에 열중이었다. 도심보다 깊어진 가을빛을 만나기 위해 숲을 찾은 탐방객들이 그의 곁을 스쳐갔다.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머무는 문씨의 일터는 한라산둘레길. 그가 정성스레 손질하던 대나무 뿌리는 숲에 발디딘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사용할 재료였다. 천지연폭포 관광객들이 먹고버린 야자수 열매 껍데기도 숲에 깃든 청소년들의 공예 재료로 자그만 종이상자에 담겨있었다.



▶산림교육 활성화법 등 근거 양성

숲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만큼 숲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산림교육 인력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비와 지방비 지원을 받아 도내에 배치된 산림교육 인력은 숲해설가, 수목원코디네이터, 숲생태관리인, 숲길체험지도사, 명상숲코디네이터 등 19명에 이른다. 생태숲, 수목원, 절물휴양림, 사려니숲길, 서귀포자연휴양림, 붉은오름자연휴양림, 둘레길 등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산림교육 전문가는 양성기관에서 산림교육 전문과정을 이수한 사람으로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숲길체험지도사가 그에 해당된다. 숲해설가는 산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설하거나 지도·교육하는 사람이다. 유아숲지도사는 유아가 산림교육을 통해 정서를 함양하고 전인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도·교육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숲길체험지도사는 이용객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등산이나 트레킹을 할 수 있도록 해설하거나 지도·교육하는 사람을 말한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는 산림치유지도사가 등장한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자연휴양림, 산림욕장, 치유의 숲, 숲길 등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거나 지도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산림복지전문가 활용이 거론됐다. 산림복지시설을 조성·운영한다면 산림복지전문가를 배치하도록 했고 산림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인력 활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해놓았다.



▶장년층 아르바이트 수준 벗어나야

산림청이 내놓은 5개년 '산림복지종합계획'(2013)에는 산림복지 서비스 관련 전문 일자리 창출 내용이 포함됐다. 산림복지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국민들에게 양질의 산림서비스를 제공하고 청·장년층 맞춤형 일자리와 지역주민 고용을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분야별로는 숲해설과 숲체험 지도, 숲해설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는 숲해설가를 2017년까지 1만900명 정도 확대하기로 했다. 숲길체험지도사는 2146명, 유아숲지도사는 1500명까지 양성할 계획이다. 산림치유지도사는 2017년까지 260명 양성을 목표로 뒀다.

숲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숲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라산둘레길 탐방객들.

서귀포시 지역에도 휴양림, 둘레길 등 산림복지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이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내년에도 서귀포시 호근동 시오름 주변에 치유의 숲이 개장할 예정이고 붉은오름휴양림에는 목재문화체험장이 들어선다.

하지만 이같은 산림복지 인력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숲해설가 등 산림교육 전문가들이 2000년 초부터 전국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안정적 일자리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10개월 단위로 단기고용되는 형편이고 주말 근무 수당은 커녕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급여를 받는다. 은퇴자 등 장년층 아르바이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한라산둘레길에 반해 "하루하루 숲에서 보내는 일이 기쁘고 즐겁다"는 문상현 숲해설가도 "직업으로 생각하면 젊은 친구들은 버틸 수 없는 곳"이라고 털어놨다.



▶국가 산림교육센터 유치에 관심을

산림교육 전문가의 역량에 따라 숲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중요하다. 산림교육 전문가들을 탐방안내소 지킴이로 만들게 아니라 숲에서 전문적 능력을 풀어낼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제주형 산림복지 일자리 창출 대책'이 요구된다.

산림교육 전문가는 단순히 산림생태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일만이 아니라 장소나 대상에 따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다. 산림교육에 대한 의지와 자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산림복지 인력들도 그만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대나무 뿌리와 야자수 열매 껍데기도 숲에서는 쓸모있는 체험 재료가 된다.

강윤복 제주숲해설가협회장은 "학교교육과 연계해 환경이나 숲체험을 제도화하는 등 숲해설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제주를 방문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경우엔 숲해설가와 같은 해설사가 동행해 자연환경, 생태, 역사, 문화까지 들을 수 있는 제주여행을 유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산림복지 일자리를 위해 제주지역의 다양한 숲 자원을 활용한 산림교육을 꾸준히 이어가는 방법도 있다. 휴양림, 둘레길 같은 시설만이 아니라 마을 숲을 산림휴양·치유 공간으로 가꾸는 식이다. 이 경우 마을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인력을 배치함으로써 제주의 또다른 관광 인프라로 키워갈 수 있다.

국가 산림교육센터 유치도 필요해보인다. 산림교육센터는 산림에 대한 가치관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정·조성되는 산림교육시설로 산림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 산림분야 연수 사업을 맡는 곳이다. 현재 전국 6곳에 산림교육센터가 건립됐다. 산림교육센터는 단발성 교육을 탈피해 안정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산림복지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지역에서도 새롭게 조성하거나 지정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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