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운의 자전거 세계여행](4)과테말라 프로레스

[김수운의 자전거 세계여행](4)과테말라 프로레스
과테말라에 온 첫날, 한밤 중 들려온 총소리의 정체
  • 입력 : 2015. 12.14(월) 14:33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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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프로레스에 여장을 풀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잔 것 같은 데 갑자기 들려온 총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얼른 일어나서 시계을 보니 새벽 4시 30분. 치안이 불안한 나라 과테말라, 한밤 중에 총격전이라도 벌어진 것일까. '탕'하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멀리에서도 들리고 가까이에서도 들린다.

잠시 후 소리가 잦아들었다. 일단 일어나 숙소 밖 마당으로 나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숙소 바로 뒤에서 같은 소리가 들린다. '이건 굉장히 가까운 데?'조금 겁이 났다.

띠갈 마야유적지

띠갈 마야유적지

길거리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풍경

주인 아저씨가 내가 마당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본 모양이다. 밖으로 나와 뭐라 하는데 도통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십자가를 긋고 기도하는 모양을 한다. 방에 들어가서 기도하라는 건가. 손짓 발짓하며 대화을 해도 무엇을 뜻하는 지 모르겠다.

갑자기 주인 아저씨가 나를 끌고 옥상으로 데려갔다. 옥상에서 손으로 숙소 뒤를 가르키는 데 십자가가 달린 교회가 하나 보였다. 그 곳에서 '탕'하는 소리가 또 났다. 검은 연기도 피어올랐다. 짐작건대 새벽기도 시간을 알리는 폭죽소리인 것 같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하더니만….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티구아 중앙광장에 있는 교회

화산폭팔과 지진으로 폐허가 된 건물

프로레스섬의 석양

참 별난 나라다. 새벽에 총소리처럼 폭죽을 터트린단 말인가. 종을 쳐도 될 것을.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런 것도 경험했으니. 그나저나 이곳에서 3일을 머물기로 했는데 난감하다. 새벽마다 전쟁을 치루어야 하니 말이다. 한국에서 대학 후배가 보낸 문자를 읽으며 마음을 달래본다.

'아...김수운/당신은 진정한 배입니다. 삶의 여정을 실은 배말입니다./사람들은 항구에 머물어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죠. 모진 풍파가 두렵고 힘드니까요. 그러나 당신은 그렇지 않습니다./왜냐하면, 당신은 배의 존재 이유가 '항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번 험난할 여정을 기쁜 마음으로 승화시켜 무사히 돌아오실 겁니다./극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무소뿔처럼 잘 헤쳐나갈 겁니다. 당신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아는 탐라의 큰 배이니까요./힘들고 지칠때 스스로에게 외쳐보십시오. "나는 배다. 나는 배다. 폭풍우에도 끄떡없이 견뎌온 큰 배다". 모든 신들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백남익 드림.'

(사)환경실천연합회 제주본부장인 김수운 씨는 55년생 양띠다. 우리 나이로 환갑을 맞았다. 퇴직 후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그가 어느날 홀연히 자전거에 몸을 실은 채 세계여행을 떠난다. 중국 대륙을 비롯해 유럽, 남미, 동남아 등 3년째 자전거로 여행한 국가만도 벌써 38곳이 넘는다. 그러나 그는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남은 인생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그의 꿈이 됐다. 그의 목표는 150개 국가를 돌아보는 것. 그래서 그는 다시 페달을 밟았다. 지난 11월 5일 그는 새로운 자전거 여행길에 도전했다. 쿠바, 멕시코,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을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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