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기상도]새해 전망과 과제

[제주관광 기상도]새해 전망과 과제
관광정책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대수술 예고
  • 입력 : 2016. 01.01(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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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이후 중국인 관광객 급감
제주 관광업계 개점 휴업 속출
내국인 증가 힘입어 감소세 반등
연중 성수기 시대의 시작
개별여행 맞춤콘텐츠 필요
상품개발·품질관리로 전환

지난해 제주관광은 사상 처음으로 1300만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1300만이라는 숫자보다 더 의미 있는 기록들이 이어졌다. 여름 극성수기를 맞아 관광객이 몰려든 8월보다 10월에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었다. 일일 총관광객 최고치도 10월에 경신돼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무너졌음을 알렸다. 그러나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맞은 제주관광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양적 성장은 거두었을지언정 질적 성장은 요원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탓이다. 2016년은 제주관광 정책의 대변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이전과 이후

지난해 제주관광시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일년 내내 요동을 쳤다. 사실 제주경제를 흔들어놓은 메르스 사태는 제주관광을 메르스 이전과 이후로 구분시킬 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 내외국인 관광객 숫자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지난해 1월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비 36.4%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2월 58.4%, 3월 21.7% 증가하면서 큰 성장을 예고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 직후인 6월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전년 동기비 -44.3%, 7월에는 -80.3%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인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는 업계뿐만 아니라 제주경제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제주발전연구원은 6월 한달만도 많게는 약 3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도 메르스 사태가 3개월간 지속되면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이 0.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관광업계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여름 제주도관광협회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전세버스 업체 예약률은 1~10%에 그쳤으며, 관광호텔도 10~15% 수준에 불과했다. 전기요금과 상수도이용료 등 공과금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호텔과 여행사 등은 월급을 삭감하거나 무급휴가·휴직 같은 자구책을 시행하다가 급기야 개점 휴업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연중 성수기 도래

메르스 직후인 지난해 6월과 7월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93만7000여명과 107만8000여명으로 전년 동기비 각각 13만여명과 7만7000여명이 감소했다. 이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가까이 급감한 때문이었다. 중국인 관광시장은 9월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연말까지도 전년 수준으로 올라서진 못했다.

그러나 제주 전체 방문객 수는 8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메르스 직후인 6월에도 소폭의 증가세를 보인 내국인 관광객이 7월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8월 들어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세를 반전시키고도 남을 만큼 급증했다. 8월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8월보다 26만여명 감소했지만 내국인 관광객은 34만여명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15년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졌다.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내국인 관광객이 대신할 수 있음을 알려준 사례다.

2015년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도 무너졌다. 지난해 8월은 역대 월별 관광객 수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수기 중에서도 극성수기로 분류되는 시즌인데다 내국인 증가에 힘입어서였다. 그러나 10월에는 이보다 많은 관광객이 밀려왔다. 한글날인 10월 9일에는 5만5887명으로 일일 관광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노동절과 어린이날이 이어지는 5월 첫주, 여름방학 기간의 광복절 연휴, 추석연휴에나 경신하는 것으로 인식됐던 기록을 바꾼 것은 연중 성수기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기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성탄절인 25일 제주 방문 관광객은 4만6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제주관광 사상 12월 중 처음으로 일일 관광객 4만명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이처럼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무너진 사실은 한해 누적 관광객 수 사상 첫 1300만명 돌파와 내국인 관광객 1000만 돌파 이상의 의미를 안겨준다.

▶관광체질 개선책 추진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난해 10월 소형가구가 급증해 관광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형가구의 증가가 관광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충분히 보여줬다.

그러나 재정적·시간적 여유가 많은 소형가구는 제주도와 경쟁관계에 있는 해외관광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다양한 대응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소규모 여행에 맞는 관광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연환경·문화·특산품 등을 활용한 관광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메르스 피해가 확산되던 지난해 여름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단순히 메르스 이전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관광 체질을 개선하고 강화시킬 수 있도록 방향과 과제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관광정책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약속이었다. 관광객 수의 단순한 증가가 제주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메르스 학습 효과를 얻은 덕분이다.

이후 제주도는 올해 제주관광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질적 성장을 올해 제주관광의 화두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관광은 상품개발이 선행돼야 하는데도 지금까지는 상품개발 없이 홍보마케팅만 펼쳐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동안 양적 성장을 위해 마케팅에 편중됐던 관광정책에서 벗어나 상품개발과 품질관리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일대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관광객 수를 집계는 하되 발표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관광통계를 정책으로 활용은 하지만 그 자체가 정책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5년은 이렇게 제주관광에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해였다. 이제 2016년은 제주관광의 대변혁이 시작된 해라고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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