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짧은 생각 긴 여운

[편집국 25시]짧은 생각 긴 여운
  • 입력 : 2016. 06.23(목) 00:00
  • 강경태 기자 ktk280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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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다. '조금만 빨리 걸었으면 건널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만 머리 속에 맴돌았다. 그 순간, 뒤에서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헉! 저 사람 왜 저래'라고 생각한 찰나. 또 다른 사람이 횡단보도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던 선배가 놀라며 "이 나라 뭐야"라고 말했다.

최근 취재차 방문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은 보행자가 신호에 상관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었다. 자연스러운 현지인들의 행동을 보며 '차도가 없는 게 아닐까' 하며 엉뚱한 상상을 했다. 나중에야 보행자들이 건너기 전까지 모든 차들이 멈춰서 있던 것을 알게 됐다. 이곳에서는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걷는 이들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가 더 많이 나올 것 같다. 보행자들은 골목길을 걸을 때조차 주정차 된 차량과 운행 중인 차량 사이에서 본인의 안전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얼마 전, 신호등이 안보여서 운전자들이 신호가 바뀐지 몰라 불편을 겪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운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나섰지만 곧바로 부끄러워졌다.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2012년부터 신호등을 횡단보도 정지선 부근으로 설치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해 조금씩 제도와 시설을 개선하고 있었다.

현재 도내에는 교통, 주택, 환경 등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 이와 함께 불만과 갈등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누구나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긴 어려운 문제들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 그리고 '더불어 사는 우리'라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문화와 제도도 '사람'과 '우리'에서 출발한다면 제주도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강경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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