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메카 제주의 허와 실](5)전기차 천국, 노르웨이를 가다

[전기차 메카 제주의 허와 실](5)전기차 천국, 노르웨이를 가다
불황에 보조금 중단 고민… 친환경 효과 감안 지속 가능성 커
  • 입력 : 2016. 07.06(수) 00:00
  • 강경태 기자 ktk280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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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시청 앞을 지나는 사람들. 노르웨이는 경제불황 탓에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계획을 세웠지만 탄소배출 저감 효과 등을 감안해 계속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③ 시민·정부 함께 만드는 전기차 천국


전기차의 천국인 노르웨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산유국이다. 그런데 최근 유가 폭락으로 서구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도 고통을 겪고 있다.

해저 석유 투자가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정도로 석유산업이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노르웨이 정부에선 사상 처음으로 85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동원해 재정적자를 메웠다.

노르웨이가 전기차의 천국인 이유는 국민들이 전기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경제위기로 인해 노르웨이 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노르웨이에서는 지난 1990년부터 전기차에 대해 소비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다. 1996년부터는 주행세를 인하하는가 하면, 2000년부터는 영업용 차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자동차세를 50% 낮춰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01년부터는 25%에 달하는 부가가치세까지 면제해주고 있다.

산유국 노르웨이 유가 폭락
전기차 세제혜택 문제 부상
2018년 중단 계획 세웠지만
"탄소배출 저감… 유지될 것"


이 외에도 노르웨이에서는 무료 충전과 공공주차장 이용요금을 받지 않는다. 노르웨이의 주요 교통수단 중의 하나인 페리선 이용료도 무료고 유료도로 통행료까지 면제받는다.

경제 불황 탓에 전기차에 대한 세제감면 혜택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당초 노르웨이에서는 8만대까지 보급하면 세제혜택을 통한 지원을 중단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배터리 기술문제 등으로 인해 전기차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 만약 지원을 끊게 되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떨어뜨릴 수 있고, 지금까지 쌓아온 전기차 수도의 명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스투레 포트빅(Sture Portvik) 오슬로시 전기차 총괄 팀장은 "2018년 보조금 중단을 계획했었지만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큰 만큼 지원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다.

"2030년, 과거 석유를 팔아 큰 이익을 남겼던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예전처럼 막대한 양의 석유를 뽑아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중심이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로 옮겨가는 등 탄소저감을 위한 각국의 친환경자동차 보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석유 수출 비중이 늘었다고 2016년처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석유시추가 줄면서 주변 환경은 더욱 깨끗해졌고, 내연기관차가 줄고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매연은 확 줄었다. 환경이 좋아지면서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의 사회보장 비용도 감소하고, 탄소배출권은 남아돌아 주변 국가에 판매하며 새로운 국부창출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바람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지금 전 세계가 노르웨이를 주목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최태경·강경태기자



"전기차 지원 중단 국민·정부 모두 손해"

노르웨이 전기자동차협회 사무총장 크리스티나 부

"공동주택 충전시설 차고지 증명제로 별 문제 없어"


노르웨이 전기자동차협회의 회원은 3만5000여명 정도 된다. 현재 개인 소유차량 70% 정도가 가입된 것이다. 1년 회비는 한국돈으로 6만원 정도인데,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노르웨이 전기차협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차 사용자들로 구성됐다는 것인데, 가장 큰 역할이 정부를 상대로 전기차 사용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협회는 현재 정부와 연계한 두 개의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하나는 유럽연합(EU)과 전기자전거 무료대여에 대한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전국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의 상태를 리포트하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부(Christina Bu) 노르웨이 전기차협회 사무총장은 "전국의 모든 연구소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에 공모에서 우리 협회가 선정된 것이다. 협회는 단순히 충전기 상황에 대한 리포트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협회에서 가지고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노하우 때문에 선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가 말하는 '충전시설 노하우'는 무엇일까. 바로 사용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사용하면서 느끼는 부분, 즉 피드백을 통한 충전소 시설 설치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장기간 충전시설을 이용하면서 어떤 충전기 모델이 신뢰도가 높고, 유지관리 비용이 가장 적게 들면서 견고한지 등에 대해 지자체에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서 "충전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도 충전기를 어느 자리에 두는 것이 좋은지, 어느 방향에 둬야 하는지 등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실사용자 입장에서 구축된 피드백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개선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르웨이 전기차 시장에 대한 성장세와 전망도 내놨다.

그녀는 "노르웨이는 북위 50°쯤부터 70°까지 긴 모양의 나라인데, 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춥다"며 "날씨를 감안하면 당연히 전기차 보급률이 떨어져야 하는데, 시골에서도 전기차가 많이 팔렸다. 최북단에는 6%까지 된다. 가장 보급률이 높은 지역이 서북지역의 베르겐 지역인데 이 곳은 34%까지, 오슬로는 29% 정도가 된다. 도시차의 개념을 떠나 생활형 자동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향후 세제혜택 등 현재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끊길 경우 어떻게 될까.

그녀는 "협회의 입장은 간단하다. 정부가 세금을 올리면, 즉 혜택이 없어지면 차값이 오르고 전기차 구매는 떨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민과 정부 둘다 손해를 볼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제주를 비롯해 한국에서는 공동주택에 충전기 설치하는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다. 노르웨이는 어떨까.

그녀는 "2010년쯤 노르웨이에도 그런 문제가 대두됐었다"며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근본적으로 차고지 증명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아파트관리위원회에서 조율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해결되고 있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충전시설을 해야 하고, 문제는 주차시설이 마련되지 못한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는 충전 불편이 없도록 주변 도로에 최대한 많은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경·강경태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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