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14) 영실 주차장~하원수로길~고지천~옛표고밭길~한라산둘레길~궁산천길~고지천 건천~법정사 주차장
[2016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14) 영실 주차장~하원수로길~고지천~옛표고밭길~한라산둘레길~궁산천길~고지천 건천~법정사 주차장
계절의 문턱… 한라산 아랫자락서 느끼는 만추의 정취
입력 : 2016. 11.16(수) 00:00
양영전 기자 yj@ihalla.com
숲길따라 이어진 고지천·궁산천 만나는 냇가 코스 물 속에 반영된 붉게 물든 단풍에 멋스러움 '만끽' 원앙 무리·도토리·누리장나무·석송 등 볼거리도
11월 첫 주말. 모처럼 화창한 날씨 속에 열네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에 나섰다. 그간 이뤄진 에코투어는 비 날씨 등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된 날이 많았는데, 오늘 만큼은 하늘도 반기는 숲 속 여행이 될것만 같았다.
지난 5일 이른 아침, 약속시간인 오전 8시에 맞춰 집합장소인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정문 앞에 속속 도착하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버스에 오르는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오늘 정말 날씨가 좋네요"라며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처럼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출발한 14차 에코투어는 영실 주차장~하원수로길~고지천~옛표고밭길~한라산둘레길~궁산천길~고지천 건천~법정사 주차장에 이르는 여정이다.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래킹연구소장이 이번 탐방의 테마는 '단풍과 건천'이라고 알리며 탐방객들의 기대를 한 껏 부풀게 했다. 그는 "이번 코스는 한라산 아랫자락을 두루 걷게 될 텐데, 이 시기에 이 지역은 단풍이 아주 곱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출발지인 영실 주차장에서 준비운동을 했다. 이 소장이 오늘 코스에서는 고지천과 궁산천을 만나는, 제주어로 "내창(냇가)을 걷는 구간이 많아 온 몸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준 터라 여느 때와 달리 스트레칭으로 확실히 몸을 풀었다.
고지천에서 고인 물속에 비친 단풍과 탐방객 강희만기자
하원수로길에 들어서자 향긋한 숲 내음과 함께 머리도 같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원수로는 1950년대 영실과 하원마을 주민들이 벼농사에 사용할 물을 대기 위해 조성한 것인데, 이 곳을 트래킹할 때는 이 수로를 끼고 걷게 된다. 한라산 등산로가 잘 돼 있지 않았던 시절에는 이 곳으로 등산을 많이 했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하원수로길을 지나 곧 만나게 되는 숲길(고지천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양 옆은 물론 하늘을 봐도 나무로 가득해 말 그대로 울창한 숲이다. 이 숲이 주는 청량감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에코투어는 잘 왔구나 싶었다.
붉게 물든 단풍잎.
고지천을 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숲길을 지나 도착한 옛 표고밭길. 제주도에서는 제사 음식으로 유명한 '초기전'에 사용되는 버섯이 표고다. 현재 이 곳에서는 표고를 재배하지 않고 있어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집 터도 그대로 남아있어 옛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지만 찾는 이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어 도착한 한라산 둘레길은 한라산 아랫자락을 중심으로 형성돼 경사도 심하지 않고 대체로 수월한 코스였다.
이 곳을 지나자 드디어 궁산천을 맞이했다. 앞서 이 소장이 겁을 줬던 내창을 걸었다. 참가자들 무리 속에서 "이래야 에코투어지"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남들이 다 가는 길보다는 새로운 길 혹은 남들은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 다른 사람들이 본 적 없었던 자연의 풍광을 오롯이 탐험할 수 있는 에코투어. 이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오는 말이었다. 앞서 가던 이 소장이 "계곡 물이 흐르면서 자연히 만들어진 계단"이라고 설명했다. 40여명의 탐방객들도 발길을 멈췄다. 졸졸 흐르는 물을 따라 눈길을 이동하니 물이 흐르는 바위가 계단처럼 각지게 깎여 있었다. 다시 한 번 자연의 신비를 느꼈다. 물이 바위도 깎을 수 있다니.
궁산천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쉴 틈 없이 걸었던 지라 탐방객들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궁산천과 고지천이 이어지는 구간에 도착할 즈음 "여기서 점심먹고 가겠습니다"라는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바위를 의자삼아 새 소리를 노래 삼아 점심식사를 즐겼다.
오늘 탐방의 메인코스인 고지천. 이 곳에서는 반가운 손님을 만나기도 했다. 고지천을 찾아온 원앙 무리였다. 워낙 겁이 많은 친구들인지라 오래 볼 수는 없었지만 그토록 많은 수의 원앙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숲속에 떨어진 도토리.
탐방객들은 고지천에서 고인 물속에 비친 단풍을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직접 단풍이 물든 나무를 올려다 보는 것보다 물을 통해 보는 단풍은 더 멋스러웠다. 이 소장은 "(물 속으로 보는)단풍 반영은 사진으로 찍었을 때 더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이번 가을의 마지막 단풍구경일 것 같아 더 머물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길을 옮겼다. 일행을 태울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법정사 주차장으로 향했다. 쉽지 않은 코스였던 탓에 주차장에 도착한 탐방객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엉덩이가 닿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던 찰나. 나이 지긋한 탐방객이 힘든 기색 없이 몸을 풀고 있었다. 제주시 일도2동에 거주하는 김홍래(75)씨였다. 이제야 신청 방법을 알게 돼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그는 "평상시에도 오름이며 산이며 일부러 찾아 다니니까 힘든 건 없다"면서 "에코투어 코스는 일반 등산로와 달라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도 꼭 에코투어가 진행돼서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향긋한 숲내음이 가득한 하원수로길을 걷는 참가자들.
올해 진행된 에코투어에 모두 참여한 탐방객도 있었다. 제주대학교에 근무한다는 한수연씨는 14차까지 모두 참가했다. 그는 "올해 마지막인 15차 에코투어에도 참여해 개근상을 타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떠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출발한 이번 에코투어.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올 가을을 풍족하게 담고 돌아가는 것 같아 아쉬움보다 내년 가을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