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산록도로~열안지오름~오라올레길~보리밭길~검은오름~목장길~노리손이오름~산록도로

[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산록도로~열안지오름~오라올레길~보리밭길~검은오름~목장길~노리손이오름~산록도로
색들의 향연… 걸음걸음마다 풍광에 취할 수밖에
  • 입력 : 2017. 06.01(목) 00:00
  • 손정경 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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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물결 일렁이는 보리밭길 사이로 보이는 탐방객들의 모습. 강희만기자

제주시내서 가까운 코스… 오름 정상서 제주시 한눈에
초록빛서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광활한 보리밭 '황홀경'


24℃에 구름 많음. 산행하기 꽤 괜찮은 날씨였다. 지난달 20일 진행된 세 번째 '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의 여정(산록도로~열안지오름~오라올레길~보리밭길~검은오름~목장길~노리손이오름~산록도로)은 산록도로를 출발해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가는 형상서 유래했다는 열안지오름을 향하며 시작됐다. 다른 일정보다 제주시내서 가까워 이동시간이 짧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집결지인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에서 산록도로까지는 채 30여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먼저 탐방객들을 반긴 색(色)은 초록이다. 신록(新綠)의 계절임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열안지오름 입구로 들어선 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그 쨍한 초록풍경 위로 바람이 더해지니 싱그러운 풀 내음이 크게 일렁인다. 지금이 봄의 끝자락과 여름의 문턱 그 어디쯤임이 더욱 분명해진다. 오르막을 오르며 숨이 조금 가빠질 때쯤 앞선 이들의 걸음걸음이 멈춰선다. 열안지오름 정상이다. 시야가 확 트이더니 제주시가 한눈에 담겼다.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진다.

"제주시에 사는 분들은 자기 집을 한 번 찾아보세요.” 정상에 서자 에코투어 길잡이를 맡은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이 농섞인 질문을 던진다. 구름이 조금 끼긴 했지만 그만큼 선명하게 제주시내가 펼쳐져 있었다. 가장 가까이 제일 크게 보인 남조순오름을 비롯해 사라봉, 별도봉 등 제주시내 몇몇 오름도 발밑으로 또렷하게 내려다보였다.

정상을 지나 얼마나 내려왔을까. 길 양옆으로 억새밭이 펼쳐지며 주변이 황금색으로 물든다. 지난해 피었다 진, 이제는 메마른 황금빛을 앙상히 품은 채 힘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가을로 한 계절 껑충 뛰어넘은 느낌이다. 평탄한 길을 따라 30여분 정도 걷자 광활한 보리밭이 그 황금빛을 이어받는다. 청보리축제로 유명한 가파도의 보리밭(약 60여만㎡)보다 더 넓다고 하니 광활하다는 표현이 결코 지나침이 없다.

이번 탐방길에선 제주에서 보기 힘들다는 붉은찔레를 만났다.

머리에만 살짝 노르스름한 빛을 이고 바람이 불 때마다 넘실대며 황금빛 물결을 일으키는 장관에 취해있을 때 한 중년 탐방객이 말을 걸어왔다. "옛날에는 익어가는 보리를 손으로 비벼서 껍질을 벗겨 먹곤 했어요." 무슨 말인지 몰라 멋쩍은 웃음만 짓고 있자니 함께 걷던 비슷한 연배의 탐방객들이 말을 거든다. "젊은 사람이라 모르죠? 어릴 때 이거 낫질하다 손도 많이 베었지" "그 때는 보리 이게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그렇게 그들은 한참이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길은 한 계절뿐 아니라 시간도 껑충 건너뛰게 하는 듯하다고. 분명 우리는 '2017년 늦봄 제주'의 어느 길을 걷고 있지만 그들은 잠시 그들 어린 시절 제주의 어디쯤을 함께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노오란 꽃이 핀 실거리나무.

"다 왔습니다. 땀 한 번 닦으시구요." 오라올레길과 보리밭길을 지나 어느새 검은오름 정상에 다다랐다. "제주에는 여기뿐 아니라 조천, 금악, 남원, 구좌 등 다섯 군데 정도 검은오름이 있습니다. 여기 분화구는 가을에는 억새가 차서 오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참 좋을 때 오셨어요.” 이 소장은 지금이 검은오름을 오를 적기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겨울엔 여기에 눈이 가득 쌓입니다. 그게 또 장관이예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연출해 참 매력적인 오름”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검은오름 정상에서 주변 풍광을 즐기고 분화구 쪽으로 향하는 탐방객들.

검은오름까지 오르고 내려오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옹기종기 둘러앉아 함께 도시락을 먹은 후 모두는 목장길로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점심으로 무거워진 몸 때문이었을까, 아님 쨍하니 내리쬐는 오후 1시의 태양 때문이었을까. 그늘 하나 없이 평지에서 오르막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목장길에서 탐방객들은 하나 둘 이따금 발걸음을 세워 쉬기 시작했다. 목장길서 노리손이오름으로 넘어가는 길은 조금 더 힘들었다. 정비된 탐방로 대신 풀을 헤치고 길을 만들며 오르막을 한참이나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노리손이오름을 오르기 위해 걸었던 목장길. 평지에서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목장길 전경은 또다른 묘미를 선사했다.

이에 다시 산록도로로 돌아오는 길엔 '오늘 힘들었다'는 약간의 원망도 더해졌다. 그럼에도 돌아오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인 탐방객들은 그날 하루를 '즐거웠다'고 평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에코투어에 참가했다는 김홍래(76·제주시 일도2동)씨는 "에코투어의 묘미는 언젠가 걸었던 길임에도 이렇게 다 함께 걸으면 뭔가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친구와 함께 참가한 심응섭(38·제주시 용담동)씨는 "검은오름 정상에 올랐을 때 탁 트인 채 펼쳐진 풍경을 잊을 수 없다"며 "혼자 왔다면 그저 스쳐 갈 풍경들을 설명과 함께하니 그 감동이 배가 되었다. 에코투어를 소개해 준 친구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오는 3일 진행되는 제4차 에코투어는 문석이오름~미나리못~동거미오름~구좌성산곶자왈~목장길~손지봉~농로길~용눈이오름 코스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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