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과 역전의 삶 꿈꾸게 해준 곳, 고향 제주"

"재생과 역전의 삶 꿈꾸게 해준 곳, 고향 제주"
시인·평론가 좌정묵씨 수상록 '너에게 또는 나에게'
  • 입력 : 2017. 07.20(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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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최근까지 써온 380여편 두 권으로 묶어


그에게 고향 제주는 오랜 기간 애증의 대상이었다. 제주는 모순과 왜곡, 억압과 구속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1997년 제주를 떠났다. 기왕이면 제주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서 살아보고 싶었다. 강릉, 경포, 서울 등에서 오랜 나날을 살며 견뎠다.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극단으로 내몰리거나 눈부릅뜨고 입술 깨물며 산 날이 많았다. 이방인처럼 외로웠다. 그 때문일까. 그의 몸에 병이 찾아들었다.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병을 얻은 그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좌정묵(사진). 그가 2000년이 되기 전부터 최근까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써놓았던 글을 모아 두 권의 수상록 '너에게 또는 나에게'를 냈다.

1997년부터 얼마전까지 쓰여진 글을 대부분 시간 순서대로 엮은 수상록 상권에는 196편, 하권에는 192편이 실렸다. 지난 날의 혼란스러운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들이 있다. 애써 고치지 않고 그냥 둔 것은 그것들이 바로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권에는 강릉에서 살았던 기록, 서울행을 결정했던 무렵의 일기, 몸의 병을 얻은 후의 절망감, 고향에서 이룬 재생과 역전을 담아냈다. 하권에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 등을 풀어낸 글들이 수록됐다. 그에게 비로소 고운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해준 고향의 풍경들에 대한 찬사가 배어있다.

저자는 수상록을 묶어내는 글에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타라'로 돌아가는 장면을 꺼냈다. 한 개인의 고유한 탄생이며 삶의 출발인 타라. 그는 타라에서 제주를 떠올린다. "방황과 떠돌이 삶의 벼랑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어도 돌아갈 수 있는 곳, 삶의 안식과 평안의 공간이다. 그러면서 재생이고 부활이고 역전의 삶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곳, 고향이다."

그는 이즈음 '바람의 눈'이란 잡지를 만드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바람의 눈'을 통해 제주를 낱낱이 더듬어보고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주콤. 각권 2만5000원.

수상록 출간을 기념해 이달 2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전통찻집 차마실(하귀동남1길 32-15)에서 차담회가 예정되어 있다. 문의 712-7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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