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제주愛빠지다](11)박정희 지질공원 해설사

[2017제주愛빠지다](11)박정희 지질공원 해설사
“늘 내게 물어요, 오늘 최선을 다했나?”
  • 입력 : 2017. 08.03(목)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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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지질공원해설사인 박정희씨는 동네주민들의 부족한 일손을 돕고, 해녀학교를 졸업했으며, 마을회관과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에도 참여해 서서히 제주사람들의 삶 속에 빠져들었다. 표성준기자

동네주민 일손 돕고 해녀학교 등 다니며 정착
수월봉 지질공원 해설사로 제주관광 첨병 역할 ‘톡톡’

부산 출신이면서 서울을 거쳐 인천에 정착해 살던 박정희(59·여)씨는 지금 제주도지질공원해설사로 살고 있다. 제주도 12개 지질명소 중에서도 지질관광의 요충지인 수월봉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제주관광의 첨병이자 파수꾼이다. 고단했던 삶이 그를 제주도로 이끌었지만 그는 제주도에서 삶의 이유를 찾아냈다.

제주에 정착하기 전 그는 인천 남구 도화동의 한 사출공장에서 제법 큰 구내식당을 운영했다. 끼니당 600~700명분의 식사를 위해 고용한 직원도 7~8명에 달했다. 그러나 영업을 한 지 4년쯤 됐을 때 건물주로부터 식당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1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투자비를 겨우 회수해 막 자리를 잡으려던 때였다. 결국 권리금은 커녕 시설 철거비용이라도 아끼려고 모든 시설을 남겨둔 채 쫓겨나와야 했다.

그리고 2009년 12월 31일 그가 향한 곳이 제주였다. 당시 건축업자인 남편(63)은 지병으로 잠시 일을 쉬던 중 지인의 요청으로 그해 8월부터 제주에 머물고 있었다. 제주 한림읍 명월리에 세컨드 하우스를 짓는 지인이 감독관을 맡아달라고 했던 것이다.

"남편은 건축현장에서 오래 일한 탓인지 기도폐쇄증으로 고생하고 있었어요. 1년에 10번 정도는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3~4일씩 호흡기 치료를 해야 했지요. 그런데 제주에 머무는 동안 단 한번도 병원에 간 적이 없어요. 제주에 정착하게 된 이유였죠."

제주살이 초기엔 연세로 주거지를 전전해야 했다. "'옛집을 수리해서 싼 값에 쓰라'는 말에 새집처럼 지어서 1년쯤 살면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한림리→신창리→월령리→고산리→용수리에서 살았다. 그러는 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딸(33)과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아들(30)도 제주살이에 합류했다. 이후 딸은 제주토박이와 결혼하고,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다.

가족들 모두 제주에 녹아드는 동안 그 역시 제주에 빠져들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땐 차를 끌고 놀러만 다녔어요. 그러다 여가를 활용하고 동네주민들과 교류하기 위해 품삯도 받지 않고 하루 4~5시간씩 일을 도우면서 토박이들과 가까워졌지요. 제주사람들이 폐쇄적이고 자기들끼리만 어울린다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일을 도와주면 뭐라도 나눠주려 하고, 하나를 주면 꼭 두개를 줘요. 내가 육지사람이고 타인이잖아요. 다 내 할 탓인 거죠."

그의 제주살이는 일과 교류뿐만 아니라 배움으로도 가득하다. 2015년에는 한수풀해녀학교를 졸업했으며, 요즘은 매일 저녁마다 무릉리 정보화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그동안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염색과 팜파티 등 교육도 빼놓지 않고 참가했다. "오늘 나는 최선을 다했나? 스스로 물어요. 내일 당장 써먹을 일이 아니어도 오늘 기회가 되면 배우자는 것이죠."

그런 열정이 결국 그를 제주도지질공원해설사로 이끌었다. 지난해 9월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 생태탐방연수원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거쳐 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해 올해 1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지질공원을 설명하다 보니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흙 한줌, 돌 한무더기에도 애정이 생겼어요. 알고 보는 눈과 모르고 보는 눈이 다르다는 걸 깨달은 거죠. 한참 배워가는 아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때마다 자긍심을 느낍니다. 나만 느끼는 애정이 아니라 상호작용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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