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왜 그들은 어린이를 순수한 존재라고 말할까

[책세상]왜 그들은 어린이를 순수한 존재라고 말할까
피터 스턴스의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
  • 입력 : 2017. 08.1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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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변화에 아동지위 차이… 순진한 이미지의 이면


유목 생활을 하는 중앙아시아인들은 아이들을 쉽게 데리고 다닐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아이의 몸과 팔다리를 끈이나 천으로 단단히 감싸는 풍습이 생겼다. 아메리카에서도 유사한 행위가 있었다. 포대기를 사용하는 일이 자세를 바르게 만들고 일하면서 아이를 지켜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믿었다.

반면 열대지방 등에선 아이를 너무 덥게 만들 수 있다며 포대기를 쓰지 않았다. 아프리카대륙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어머니들이 일하는 동안 몸에 느슨한 띠를 매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

17세기 이후 서유럽에서는 이같은 포대기에 대한 공격이 진행된다. 포대기가 지나치게 아이들을 제약하고 창의성이나 인성 발달을 가로막는다는 이유였다. 포대기는 차츰 사라졌고 서양 사람들은 하층계급 사람들이 포대기를 사용하는 걸 두고 아이들에 대해 근대적 배려가 결여되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포대기의 사례처럼 어린이에 대한 생각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사회에서는 어린 아이가 일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어떤 사회에서는 순진하고 나약한 어린이에게 일을 시키는 관행에 충격을 받는다.

피터 N. 스턴스의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인류의 경험을 새로운 눈으로 추적하고 있다. '세계사 속의 어린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유아기에서 10대까지 미성년자 시기 전부를 포괄하는 어린이의 세계사다.

사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존재가 아이들이다. 생산력이 떨어지는 사회에서는 입을 덜기 위해 유아를 죽이거나 죽도록 방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농업사회에서는 중요한 노동력이 되었다. 원거리 교역이나 대륙간 교류가 확대되는 시기엔 노예로 팔려 나갔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현대사회에서도 소년병으로 동원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회환경과 어른들의 요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간다. 어린이는 순수하고 나약한 존재라는 설정은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어린이가 순진하다는 이미지는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걸 삼가야 한다는 말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 자체로 한 사람의 구성원이고 시민이라는 점이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다. 김한종 옮김. 삼천리. 1만9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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