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욕구 자극하는 상업적 현상에 시대정신 병들어"
"서울에 진짜 필요한 것은 '맨해튼다움'이 아니라 '서울다움'이다. 서울에 필요한 것은 잠자는 과거 전통을 재해석해 오늘에 맞는 실행 가능성을 찾아주는 일이다. 서울의 뿌리를 보여줄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서울은 잘못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유리와 강철로 지은 사무실 빌딩과 아파트가 옛 골목을 완전히 뒤덮고 있으며, 건물의 외장과 내장을 포함해 전통 건축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서울'이란 단어 대신 '제주'를 넣어보면 어떨까. 그는 말한다. 급격한 도시 환경의 변화는 활력을 주는 게 아니라 혁신 정신의 연속성을 단절시킨다고. 서울을 또 다른 싱가포르로 만들어버리면, 서울의 복원력을 그토록 뛰어나게 만든 모든 것이 죽어버린다고.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10년 넘게 살아온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한국 이름 이만열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중인 그가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을 냈다.
이 책은 한국이 지정학적 운명론을 떨치고 스스로 세상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 대한민국의 원칙과 신념을 자신있게 지구촌에 선언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픈 속내를 놓치지 않으면서 탄핵 이후 우리가 당면한 과제와 가야 할 노정을 제시한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정경유착의 뿌리 깊은 부패가 단순하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처리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이는 정경유착의 해체를 위한 첫 걸음이라고 봤다.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22조원이나 자원 외교에 낭비한 수십조원은 비판의 화살을 피해 그대로 숨어 있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가 정부 조직과 공기업들을 경유해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보다 더 위험한 요소로 생태환경을 외면한 정책을 꼽았다. 미세먼지, 중국 대륙의 사막화, 해수면 상승 등이 한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데 국가정책들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의 시대 정신이 병들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즉시 만족'만 추구하는 문화적 타락의 확산과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상업적 현상이 병으로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사회의 미래를 상상하고 능동적으로 미래 목표를 위해 행동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위험에 빠져있다"며 "불필요한 사치가 극단적인 수동성을 유발하는 가운데, 우리는 이해 불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사회에 끌려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레드우드. 1만5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