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경의 편집국 25시] 억측

[손정경의 편집국 25시] 억측
  • 입력 : 2018. 08.09(목) 00:00
  • 손정경 기자 jungkso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난 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서 실종됐던 30대 여성이 약 103㎞ 떨어진 가파도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실족사에 무게를 둔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전문가는 시신이 이동하기엔 지나치게 먼 거리란 분석을 내놓는다. 충분히 의혹은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난민범죄'서 '연쇄살인'까지…. 사건이 처음 보도된 시점부터 난무하던 온갖 억측은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더해지고 있다. 명확한 증거도 없는 소위 '카더라'지만 누리꾼은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6일 제주시 이도2동에서 80대 치매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수사를 진행하자 몇몇 이들은 현장사진을 찍고 강력범죄 현장인 것 처럼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수많은 억측을 양산했다. 이에 따라 강력범죄임을 기정사실화한 몇몇 누리꾼은 경찰과 언론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제주를 '범죄의 섬'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이에 더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올여름 제주에서 여성변사사건이 6건 발생했다'는 온라인 게시물도 팽배한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경찰이 '실제 일어난 사건은 4건이며 모두 범죄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이 쉽게 가시진 않은 눈치다. 제주는 그렇게 '범죄의 섬'이 됐다.

억측의 사전적 정의는 이유와 근거가 없이 짐작함, 또는 그런 짐작이다. 이 단어에 대한 적절한 예시를 찾고 싶다면 지금 바로 '제주'를 검색하면 될 정도다. SNS를 포함해 온라인서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그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확인되지도 않은 일을 기정사실화해 공유하며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느낀다. 팩트체크. 누구나 쉽게 정보를 생산·공유할 수 있는 지금, 단지 특정직업군에만 요구되는 덕목만은 아닌 듯하다. <손정경 행정사회부 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69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