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서재철 제주해녀 사진집

[이 책] 서재철 제주해녀 사진집
우연에서 필연으로, 해녀 기록 반세기
  • 입력 : 2018. 08.09(목)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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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사진집 '제주해녀 어제와 오늘'은 해녀 기록 반세기 여정을 담고 있다.

물소중이에서 고무옷 등으로
변화의 순간 기록 못했단 자책

포구 샅샅이 돌며 촬영 계기로


"왜 그때 해녀 사진 작업을 계속하지 못했을까"란 후회가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제주해녀들이 겪은 큰 변화를 제때 포착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한편으론 작업의 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자연사랑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사진가 서재철씨. 그가 '제주해녀 어제와 오늘'이란 이름으로 그간의 제주해녀 사진 기록을 모은 사진집을 냈다.

사진집의 첫 장은 '참으로 오래 전' 어느날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다려도 앞바다의 풍경으로 열린다. 10여 척의 배에 나눠 탄 해녀들이 바다로 향하는 사진이다. 마침 그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는 그는 헐레벌떡 해안가로 달려가 카메라를 들었다. 망원렌즈가 없어 몸소 피사체에 가깝게 다가가야 했던 시절이다.

그가 해녀를 찍기 시작한 건 50여년 전 사진을 막 배울 무렵이었다. 필름 살 돈이 없어 24컷을 반으로 나눈 12컷짜리를 사진관에서 빌린 카메라에 넣은 뒤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때였다.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도 분간 못했던 시기라 서부두 방파제에 나갔다가 물질을 마치고 돌아오는 해녀들이 보이면 한 두 컷 찍곤 했다. 당시엔 "해녀 사진 찍어서 뭐하겠나"란 생각이 컸다.

몇 해 뒤 그가 제주해녀를 다시 찍어야겠다고 길을 나섰을 땐 해녀 사회에도 변화가 일고 있었다. 가파도 방문 길에 눈에 띈 해녀옷과 도구는 예전과 확연히 달랐다. 무명으로 만든 물적삼과 물소중이에 검은 팬티스타킹을 신었고 테왁 망사리도 스티로폼으로 변했다. 그는 이 모습에 실망을 느낀 나머지 해녀 사진 작업을 멈춘다. 무명옷에서 고무옷으로 바뀌는 그 변화의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 중요했다는 건 훗날 깨닫게 된다. "지금껏 사진을 찍으면서 그 순간이 가장 바보같았다"는 그다.

전화위복이랄까. 이는 해녀 촬영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제주도내 포구를 돌면서 해녀들의 활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담아간다. 28년 전엔 필름 파일 속에 묵혀있던 해녀 사진들을 꺼내 '제주해녀'를 출판했다.

이번 사진집엔 초창기 작업을 포함 '제주해녀'에 미처 싣지 못한 사진 등을 흑백으로 묶었다. 탈의장이 없던 시절 시린 바다로 나와 갯돌 위에 피운 불에 몸을 녹이는 물옷 입은 해녀 군상 등 새삼 물질의 신산함을 돌아보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다. 강영봉 제주어연구소 이사장의 '해녀 이야기', 제주대 교수를 지낸 민속학자 김영돈(작고)의 '제주해녀' 등 두 편의 글도 더해졌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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