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 2부] (6)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출항해녀

[한국 해녀를 말하다 2부] (6)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출항해녀
강원도 바다서 울려 퍼지는 외로운 숨비소리
  • 입력 : 2018. 10.24(수) 20: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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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71·구좌읍 월정리 출신) 해녀가 직접 잡은 성게를 시장에서 팔기 위해 손질하고 있다

해변 인근 마을어장서 전복·성게·문어 등 채취
해녀 수 감소·안전기준 강화로 해녀배 사라져
어촌계와 수입 나누지 않고 시장서 직접 판매

동해와 맞닿아 있는 강원도. 이곳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주의 출향해녀들과 출향해녀들로부터 물질하는 법을 전수받은 강원도 토박이 해녀들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접경지역부터 속초까지 남북으로 길게 동해안과 접해있는 고성군의 해녀의 수는 강원도 지역에서 단연 가장 많다. 2016년 통계기준 강원도에 신고된 나잠어업종사자는 616명이며, 그 중 해녀라 볼 수 있는 여성 나잠어업인은 47개 어촌계 327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고성 203명, 삼척 59명, 강릉 39명, 속초 14명, 동해 8명, 양양 4명이다.

김순자(71·구좌읍 월정리 출신)해녀

하지만 고성군청 등에 따르면 해녀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나잠어업신고는 했지만 물질을 하지 못하는 해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홀로 물질을 하는 해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14일 찾은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의 문암진리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46년 전 고성군 죽왕면에 터를 잡은 김순자(71·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출신) 해녀는 16년 전부터 홀로 백도해변 인근 마을어장에서 물질을 하고 있다. 김씨 할머니의 해녀인생 43년 중 3분의 1가량을 나홀로 물질을 해온 셈이다. 이는 해녀 수가 크게 줄어 해녀배가 사라지고 안전기준이 강화돼 해녀배를 타는 인원이 한정된 영향이 컸다.

김 할머니는 "해녀배 3척이 있을 때는 2~3명씩 정원이 넘지 않게 타고 다녔는데, 해녀들이 사라지다보니 해녀배 2척도 팔아버렸어. 지금은 제주해녀들에게 물질을 배운 젊은 토박이 해녀들 중심으로 해녀배를 타"라고 했다.

김씨가 물질에 나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

또 "예전엔 노젖는 조그만 가위선도 40~50척 있었지만 이제는 한 척도 없어. 잠수배와 해남도 박작박작했는데 이젠 다 그만뒀지"라며 "제주 해녀들도 그땐 열 댓명 있었어. 이젠 다 나이가 들어서 돌아가시거나 제대(은퇴)했지. 70살 넘은 사람들이 (출향해녀 중) 마지막이야. 강원도에서 나고 자라제주 해녀들에게 물질 배운 사람들만 남은 거지. 우리 마을도 해녀가 60명이나 되는데 제주출신 해녀는 3명밖에 없어. 그중에서 활동중인 해녀는 나뿐이지. 내가 그만 두면 이 동네서 물질하는 제주도 해녀는 없지 머"라고 설명했다.

취재진과 만난 날도 김 할머니는 홀로 리어카를 끌고 백도해변을 찾아 물질을 했다. 김 할머니는 오전 8시쯤 백도해변을 찾아 2km 떨어진 자작도까지 헤엄쳐 청각과 성게작업을 했다. 물살이 약한 날이면 해변에서 4km 떨어진 백도까지 가 작업을 하기도 한다. 김 할머니는 혼자 물질을 하는 게 무섭진 않지만 해변으로 물건을 올릴 때 혼자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할머니의 물질은 보통 아침 6시에서 6시30분, 늦어도 오전 8시부터 시작돼 낮 1시에 마무된다. 미역작업을 하는 음력 1~4월 동안엔 오전 5시부터 물질을 시작한다.

김씨가 리어카를 끌고 홀로 물질에 나서고 있다.

할머니는 파도만 없으면 눈이 와도 바다로 향한다. 제주도와 다르게 물 때의 영향은 덜 해 하고 싶을 때 물질하면 되기 때문이다. 작업지역은 백도해면 인근 백도와 자작도다. 문암진리 어촌계도 가입한 조합원만 마을 바다에서 물질을 할 수 있는데, 특이한 점은 어촌계 반마다 배정된 바다가 있다는 점이다. 할머니가 속한 4반은 할당된 백도와 자작도 인근바다에서만 작업을 할 수 있다.

문암진리 마을어장은 전복, 성게, 해삼 등이 나며 미역작업이 끝난 직후부터 9월까지는 성게를, 김장철에 접어들면 해삼과 문어를 잡는다. 전복은 금어기를 뺀 나머지 기간 채취한다.

이곳 해녀는 채취한 해산물에서 발생한 수입을 어촌계와 나눠 갖지 않는다고 한다. 옛날엔 해산물을 잡아 생긴 수입의 일부분을 어촌계에 내기도 했지만 현재 어촌계원으로서 회비만 내면 된다는 것이 할머니의 설명이다.

이에 할머니는 30년 전부터 잡은 해산물을 직접 시장에서 팔고 있다.

시장에서 함께 장사를 하고 있는 딸 김정미(47)씨와 사위 허수광(47)씨는 "지금까지 물질을 하시는게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든다"며 "해녀가 유네스코에 등재된만큼 다른지역에 있는 해녀들에 대한 관심도 제주에서만큼 높아지고 체계적인 지원도 이뤄지길 바란다. 제주지역 해녀가 아니라고 해서 관심이나 지원이 덜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고대로 정치부장·이태윤·채해원 기자

자문위원=양희범 전 제주자치도해양수산연구원장, 좌혜경 제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 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조성익·오하준 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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