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공무원 여성 비율 높아전국최초 일가정양립센터 설치경력단절시 사회 재진입 지원여성 독립운동가 조명 사업도
대구광역시는 올해 1월 성평등정책 추진부서를 확대했다. 여성정책자문관 조직을 여성가족청소년국으로 승격하고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예방과 권익 증진·보호를 위한 여성권익팀을 신설했다. 여성과 가족, 청소년, 출산 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적·사회적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2019 대구 여성행복 일자리박람회. 사진제공=대구시청·수성구
▶성평등 정책 통해 여성 저변 확장=6월 현재 대구시 공무원 1만2982명 중 여성 공무원은 36.3%(4715명)를 차지한다. 5급 이상 공무원 비율은 16.8%이며, 비율은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평등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고위직 공무원 여성 비율이 높다. 시 본청의 여성 실국장급(3급)은 18명 중 5명(27.7%)에 이른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보직이라고 여겨졌던 인사혁신과장도 여성이며, 시의회와 신청사이전추진단 등 주요 부서에도 여성 간부들이 배치됐다.
이밖에도 능력 있는 여성 공무원 발탁과 육아휴직 인센티브를 제공해 여성 공무원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임신 공무원을 위한 사무공간 맘케어오피스(면적 70㎡)를 전국 최초로 조성했다.
또 양성평등주간(7월 1~7일)에 맞춰 전국 유일의 여성분야 종합 정책박람회 '여성 UP 엑스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 4회째를 맞았으며,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목적은 '일상이 평등한 도시 대구' 실현이다.
조화로운 일·생활을 위해 2015년 전국 최초로 일가정양립지원센터를 설치해 가족친화적 직장경영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생활 속 여성안심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성매매 피해자 자립·자활 지원도 적극 실시하고 있다.
주요사업을 보면 ▷양성평등 뮤지컬 'Oh, My Dream' 제작·공연 ▷부모교육아카데미 ▷성매매집결지 정비 및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사업 등이 있다.
임신 공무원을 위한 맘케어오피스
▶여성 일자리 확대로 자존감 UP=전국 지자체 최초로 설립된 여성친화도시 허브기관 '대구 수성구 수성클럽'도 주목받고 있다. 여성의 잠재 능력을 개발해 사회참여를 이끌어 지속적인 여성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관이다.
수성구는 2012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받고, 2017년 재지정됐다. 수성여성클럽은 2013년 9월 개관했으며, 여가부로부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로 지정받았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사회 재진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수성여성클럽의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여성친화도시추진역량 강화사업 ▷여성친화문화확산사업 ▷여성친화적 경제환경 조성사업 ▷외부지원사업 등이 있다. 특히 협동조합지원사업을 통해 수성가죽공예협동조합과 카페더로즈협동조합, 우리동네 여·행 로즈 협동조합이 결성, 여성의 사회진출을 도왔다.
카페더로즈. 사진제공=대구시청·수성구
수성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직업교육훈련을 실시, 최근 5년간 6300여명을 취업시켰다. 훈련 과정 중에는 ▷대중음악 치유사 ▷방과후 창의수학지도사 ▷SNS마케터 등 지역특성을 반영한 교육이 호응을 얻었다.
최경분 수성여성클럽·수성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장은 "수성구 대부분의 여성들은 고학력자들이며, 하프타임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여성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수성여성클럽 가죽크래프트 양성과정. 사진제공=대구시청·수성구
▶남성 위주 역사에 가려진 여성 조명=대구시와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여성 독립운동가 현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가려진 여성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일이다. 그동안 여성 독립운동가는 남성 독립운동가의 '뒷바라지 역할'로 치부되거나, 남성 위주의 역사에 가려져 업적을 조명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큰 작업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반지길'이다. 반지길은 재단이 2014년부터 연구·공론 등을 거쳐 2017년 개통한 전국 최초 여성 주제 탐방로다.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자 '나라를 구하는 일에 보태겠다'며 은반지와 패물을 기부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조직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의 정신을 되살려 이름을 붙였다.
반지길. 사진제공=대구시청·수성구
재단은 1907년 3월 8일 대한매일신보에 게재된 전국 최초의 여성운동조직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의 보도를 토대로 오랜 추적을 통해 7명의 주인공 중 서채봉·정경주·김달준·정말경·최실경·이덕수 등 6명을 찾아냈다.
반지길에는 이들을 비롯해 선교사 마르타 스위처, 넬리 딕, 현계옥, 추애경, 정칠성, 정경주, 권기옥, 박남옥 등의 인물들이 골목 곳곳마다 소개됐다. 코스는 3·1만세운동길-구 제일교회-종로-진골목-염매시장-이상정고택-계산성당 등으로 '반지'처럼 둥글게 이어져 있다.
또 대구시는 이달 말까지 여성독립운동가 한연순, 이남숙 등 9명을 3·1만세운동길 내 조성된 '3·1운동 유공자벽'에 등재한다. 현재 이 장소에는 남성운동가 34명의 이름만 새겨져 있다.
[현장 인터뷰] 강명숙 대구시 여성가족청소년국장 "평등 기본값, 남성에서 여성으로"
대구광역시는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여성가족정책관을 여성가족청소년국으로 승격했다. 그리고 올해 1월 개방형 직위(3급) 공모를 통해 강명숙 여성가족청소년국장을 임용했다.
강 국장은 "개방형으로는 최초 국장"이라며 "대구를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도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구의 성평등지수 등 다양한 지표와 여성관련 정책, 대구 여성 조명 사업 등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생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직장 분위기 조성과 가정 내에서도 여성의 지위가 존중되고 위기 취약 상황에 있는 여성도 모두 포용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성평등 정책은 이만큼 했으면 된 것이 아니냐, 여성 인권이 많아 좋아진 것 아니냐 등의 말을 듣는다"며 "좋아진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평등을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침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해지려면 기본값이 현행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껏 모든 기준은 남성이었다"며 "그래야 진정한 수평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강 국장은 "50대 이상의 상사들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성희롱 예방 3계명'을 이야기 했다. 첫째는 외모평가 금지, 둘째는 악수 외 스킨십 금지, 셋째는 사생활 질문 금지다. 그는 "'이게 왜 성희롱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것"이라며 "함께 알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서간의 벽의 어려움에 대해 그는 "여성가족청소년국은 '대상별 구분'인 반면, 교통국, 환경국 등은 '기능별'로 나뉘었다"며 "기능 안에 대상이 포함됐기 때문에 모든 업무가 연관될 수밖에 없지만 '기피 업무'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조직 내 인식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