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문화도시, 장식품 아닌 삶의 풍경으로

[진선희의 백록담] 문화도시, 장식품 아닌 삶의 풍경으로
  • 입력 : 2020. 01.20(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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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말을 꺼내들면 '고매한 예술 행위'를 떠올리며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풀어놓은 문화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일컫는다. 문화는 의식주를 비롯해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지역문화진흥법의 첫머리엔 지역문화를 통해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걸 목적으로 담았다.

제주도는 일찍이 그 문화를 붙들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제1조는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한다는 문구로 시작된다. 지역적, 역사적, 인문적 특성을 살리는 건 지역문화를 진흥한다는 의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해 작년 말 처음으로 지정한 제1차 문화도시에 서귀포시가 선정됐다. 제주시는 문화도시 도전 자격을 갖는 예비문화도시에 들었다. 제주도가 민선 6기 이래 '문화예술의 섬 제주'를 내세우며 '전략'을 모색해온 현실에서 두 행정시가 2020년부터 문화도시로 가는 발걸음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떼어놓는다.

개발을 둘러싼 논의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이즈음이야말로 '문화예술의 섬 제주'의 뜻을 새길 때다. 그간 제주특별법을 토대로 두 차례 작성한 향토문화중장기 계획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문화기반시설 조성에 힘을 줬다면 이젠 문화도시라는 눈을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나날을 돌아보자는 점이다.

제주도는 '문화의 가치와 위상을 높여 문화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정된 문화기본법에 명시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살펴야 할 것 같다. 이를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에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문화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왜 수십 년 동안 자란 나무를 도로를 넓힌다는 이유로 통째 베어내려 하는가, 왜 세계자연유산제주로 등재된 오름 인근에 동물테마파크가 들어서야 하는가를 묻는 시민들이 있다면 문화예술의 섬, 문화도시를 꿈꾸는 제주도에서는 그 물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문화도시는 문화예술계가 전보다 더 늘어난 파이를 나눠 갖는 게 아니다. 지역민 누구나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활동을 보거나 듣거나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함께' 살아가는 도시다. 서귀포시 문화도시가 비전으로 정한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문화' 역시 수동 형태의 문화 향유가 아니라 '삼춘들'이 만들어온, 만들어갈 마을 문화의 주체성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본다. 문화는 장식품이 아니라 가장 적극적으로 나와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다. 문화도시가 보기 좋은 문패에 머물지 않고 일상의 풍경이 그러하다는 걸 말해주는 이름이 되길 바란다. <진선희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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