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포스트 코로나19] (7)문화예술

[제주 포스트 코로나19] (7)문화예술
지역 문화생태계 기초 탄탄히… 예술인 복지 강화돼야
  • 입력 : 2020. 06.09(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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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국에 랜선을 타고 안방에서 제주도민들과 만나온 공연과 전시. 사진은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 '혼듸, 봄'

온라인 공연·전시 일상화
활동 지형 바꿔 놓았지만
예술인 사회 안전망 강화
코로나 시국 중요성 커져
예술인복지 계획 촘촘히
실질적 가동 중심축 필요
“복지 관점 정책 세워야”

코로나19 시국은 문화예술계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공연장, 전시실을 주무대로 뛰어온 예술인들은 '비대면'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맞닥뜨렸다. 창작의 결과물을 내보일 수 있는 방법은 랜선이 거의 유일하다. 문화예술 소비자들도 다르지 않다.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켜야 미술이나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전파력이 높은 감염병은 '그래야만 하는'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코로나 후'의 문화예술은 이 지점에서 고민을 안긴다. 어떻게 예술가의 창작을 이어갈 것인가, 어떻게 발표 기회가 줄어든 그들의 생계를 꾸리도록 할 것인가, 어떻게 창작자와 소비자를 연결할 것인가, 어떻게 방문객들의 집합을 최소화하며 문화공간을 운영할 것인가란 질문이 우리 앞에 놓였다.

제주예총 방구석 콘서트

제주예총 건축전

▶장기화로 인한 예술계 피해액 14억 추산=온라인 공연·전시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집콕', '방콕' 행사가 일상화됐다.

제주예총은 지난달 2일 '힘내라 제주'란 표어를 내걸고 지역 문화예술인을 공모해 무관중 공연, 전시를 치르고 이를 랜선으로 중계했다. 무대에 대한 갈증을 보여주듯, 콘서트엔 60팀이 신청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 제주교향악단, 제주합창단, 서귀포관악단, 서귀포합창단 등 5개 제주도립예술단도 코로나 확산세 이래 오프라인 무대 대신 합동으로, 단독으로 온라인 공연을 진행해왔다. 전시 분야도 일부 민간 화랑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행사가 멈췄다. 제주도립미술관 등 도내 공립미술관에서는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전시 작품을 공유해왔다.

공연·전시장이 평시처럼 가동되지 않으면 곧바로 예술인들에게 피해가 미친다. 창작, 기획 등으로 인건비가 발생하는데, 문화예술 행사가 중단되면 그 비용도 사라진다.

지난 3월 한국예총은 지역별 코로나19 피해액을 추산한 보고서를 냈다. 당시 제주예총 회원단체를 중심으로 15건 행사 중지에 2억5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4월 말엔 제주도가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문화예술분야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6월까지 개최 예정인 행사 202건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코로나19가 6월말까지 지속될 경우 행사의 74%(150건)가 연기되거나 취소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한 인건비, 강사료 등 피해가 14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는 문화예술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집행된 위약금, 재료비 등을 정산 처리하고 사업이 취소되더라도 기획비를 정액 지원한다고 밝혔다. 창작기획안을 공모해 기획료를 정액 지원하고 전시·공연시설 대관료를 전액 대는 방안도 제시했다. 온라인 공연·예술창작 영상콘텐츠 제작 지원 방침도 대책에 들었다.

제주도립예술단 오페라 프리뷰 콘서트

▶광역·기초 문화재단 경쟁적 대책 발표와 대조=코로나19가 문화예술계에 던진 질문은 비단 이 시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예술 생태계를 굳건히 하고 지속가능한 창작, 소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관된 정책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가 2011년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에 근거해 2014년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를 만든 건 고무적이다. 조례가 생겨난 이후엔 2017~2021년 5개년 계획의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인 복지 증진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쳤다. 문화예술인 복지 증진계획은 예술인 사회 안전망 강화, 예술인 권익신장과 일자리 창출, 예술인 사기 진작과 역량 강화 지원을 실천전략으로 문화예술인 복지증진위원회 구성, 제주예술인 복지지원센터 운영, 예술인 복지·창작여건 실태조사, 예술협동조합·사회적 기업 활성화, 청년 예술인 인턴 지원, 예술인 창업 자금 지원 등 12개 과제를 제시했으나 신규 과제들은 진전이 없다. 일각에선 조례에 따라 2년마다 좀 더 촘촘하게 예술인 복지 증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확대되고 정부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 제주에서도 코로나19로 무게감이 더해진 예술인 복지 정책을 이끌어갈 중심축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 광역문화재단에서 기본재산까지 활용한 예술인 지원책을 짜내고 일부 기초 문화재단에서도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근래 문화재단마다 경쟁적으로 코로나19 문화예술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제주는 기존 예술인 지원사업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제주 예술인의 창작 기반 강화, 일자리 확충, 공간 활성화 등은 코로나19로 새로이 떠오른 과제가 아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창작·소비 환경이 제한되고 변화되면서 해결책 모색이 더 시급해졌을 뿐이다. 사람과 만나야 하는 예술의 특성상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 궁극의 대안은 될 수 없다. 이럴수록 지역 문화예술이 활동할 수 있는 마당을 탄탄히 다지는 일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제주연구원 현혜경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주지역의 문화예술계 피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제주지역 문화예술계가 피해조차 드러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사회전반에 대한 반성과 복지 관점의 새로운 사회 기준인 코로나 스탠다드(corona standard)가 부상하는 만큼, 제주지역 문화예술계에 대해 복지관점의 정책들과 기준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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