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제주에 온 예멘인, 그들로 시작된 질문들

[책세상] 제주에 온 예멘인, 그들로 시작된 질문들
'난민×현장'의 '난민, 난민화되는 삶'
  • 입력 : 2020. 06.1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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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혐오 확산 연구 계기
난민화된 삶의 연결 살펴


2018년 6월 제주에 예멘인 500여 명이 다다랐다. 그들은 '예멘 난민'이라는 집단으로 불렸다. 이전에도 한국으로 입국한 난민이 있었지만 대중들이 난민을 우리 사회의 일로 여길 정도로 이슈가 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 일로 예멘 난민 수용 반대 청원에 71만명이 참여하는 등 혐오 발화가 확산되는 모습이 드러났다.

우리사회가 지녀온 소수자에 대한 증오와 기피의 시선이 난민으로 향해가던 시점에 연구자·활동가들이 모인 프로젝트 그룹 '난민×현장'이 탄생했다. 사상적·문학적·역사적으로 난민화되는 몸들이 놓인 상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을 벌여온 이들이 그 여정을 담아낸 '난민, 난민화되는 삶'을 냈다.

이 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난민화된 삶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연쇄되어 있는가를 살폈다. 난민을 최근의 문제로만 보거나 난민을 국민국가 비판으로만 파악하는 시도를 벗어나 그것을 난민화되어가는 각자의 경험과 삶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이끈다.

이지은의 '민족국가 바깥에서 등장한 '위안부', 그녀들의 귀향의 거부 혹은 실패'는 1991년 이전 위안부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때에 자신의 위안부임을 증언했던 오키나와의 배봉기, 태국의 노수복, 월남의 배옥수의 증언에 초점을 맞췄다. 필자는 여성혐오의 서사로 끊임없이 왜곡, 누락되어온 그들의 증언을 이제는 제대로 들을 수 있는지 묻는다.

신지영·심아정·이지은·전솔비가 함께 쓴 '지금-여기에 '로힝야'는 어떻게 도착해 있나'는 로힝야 난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을 분석하고 있다. 아시아의 식민주의 속 인종차별이 시민권의 부여와 어떻게 연동하고 있는지 파고 들었고 향후 난민의 재현이 어떠해야 하는지 역사와 현재의 경험 속에서 조명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사회의 난민과 마주하고 난민화된 삶을 사유한 여러 글들은 '우리가 난민이다'거나 '난민은 남일이다'를 말하지 않는다. 피해와 가해의 구조를 개인에 환원하지 않고 자본주의와 군사주의의 큰 틀 안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갈무리. 2만4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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