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사람의 마음을 읽는 10가지 잉크 얼룩

[책세상] 사람의 마음을 읽는 10가지 잉크 얼룩
데이미언 설스의 '로르샤흐' 평전
  • 입력 : 2020. 08.2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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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계 상징하는 그림
저마다 세상을 보는 방식


2013년 11월 8일, 구글의 기념 로고엔 잉크 얼룩이 있었다. 그날은 헤르만 로르샤흐의 생일이었다. 잉크 얼룩을 클릭할 때마다 다른 모양으로 바뀌었다. 2008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는 자신을 "로르샤흐 검사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끝내는 저에게서 실망스런 모습을 볼지라도, 국민들은 무언가를 얻을 겁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용한 사람이란 의미였다.

로르샤흐 검사는 심리검사 도구 중 하나다. 1917년 젊은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가 스위스의 한 정신질환 보호시설에서 홀로 연구한 끝에 고안해낸 잉크 얼룩 그림 10개가 쓰인다.

미국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데이미언 설스의 '로르샤흐'는 로르샤흐의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심리분석의 역사를 더해 세밀하게 그려낸 평전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활용되는 걸 넘어 광고, 영화, 패션, 대중문화, 예술계에 영감을 주고 있는 잉크 얼룩 검사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냈다.

애초에 로르샤흐는 잉크 얼룩을 심리검사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떠한 평가나 제약도 없이 사람들이 보는 방식을 살펴보는 조사로 여겼다. 그 이전에도 잉크 얼룩을 실험에 활용한 연구자들이 있었지만 로르샤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느냐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가졌다.

일반 내과의 청진기처럼 로르샤흐 검사는 심리학계를 상징하지만 부침도 겪었다. 다른 심리검사에 비해 시행과 해석에 더 많은 시간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잘못된 검사 해석으로 신뢰성이 공격을 받으면서 사용 빈도도 줄고 있다.

로르샤흐가 수수께끼 같은 잉크 얼룩을 만들어낸 시대는 그림이 마음의 진실을 드러내고 우리 삶의 가장 깊은 실재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던 때였다. 로르샤흐 검사에 가해진 그 모든 비평과 재해석 과정을 거치면서도 잉크 얼룩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것은 로르샤흐 검사가 우리가 저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독특하게 보여주는 창이기 때문일 게다. 김정아 옮김. 갈마바람. 2만8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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