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알뜨르 비행장 '무상 양여'→' 무상 사용' 급선회

제주 알뜨르 비행장 '무상 양여'→' 무상 사용' 급선회
국방부·道 지난주 협의 "소유권은 국가, 사용권은 제주"
수용시 제주특별법 개정… 임대농 생계 걸려 주민 설득도
  • 입력 : 2021. 02.01(월) 17:38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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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 전경. 한라일보DB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 전경. 한라일보DB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이 14년 만에 새국면을 맞았다. 최근 제주도와 국방부는 평화대공원 부지인 알뜨르 비행장을 국가 소유로 남겨두는 대신, 이 비행장을 제주도가 무상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화대공원의 전제 조건인 알뜨르 비행장 소유권 정리 문제가 '무상 양여'에서 '무상 사용'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1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도와 국방부 국유재산환경과는 지난 주 서로 만나 알뜨르 비행장 무상 사용 방안을 협의했다.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은 일본 군사기지였던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을 '평화 관광명소'로 탈바꿈하는 것으로 제주 세계평화의섬 실천 사업에 따라 지난 2007년 처음 계획이 수립됐다. 사업비 794억원을 들여 격납고 19곳과 동굴진지 2곳 등 전적지를 복원하고 전시관 등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평화대공원을 조성하려면 국가 소유의 알뜨르 비행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알뜨르 비행장(169만㎡)이 평화대공원 전체 사업 부지(184만9672㎡)의 9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는 2011년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알뜨르 비행장을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양여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비행장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방부 소유로 남아 있다.

알뜨르 비행장을 대체할 부지를 제공하지 않으면 비행장을 넘겨줄 수 없다는 국방부 입장과 '조건 없는 양여'를 주장하는 제주도 입장이 십년 째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대공원 조성을 공약으로 채택한 후에도 양측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도가 '무상 양여 대신 알뜨르 비행장을 무상으로 사용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방부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무상 양여에 대한 법적 근거가 현재로선 없기 때문이다.

제주특별법에는 '서귀포시 관할구역의 국유재산 중 일부를 제주도와 협의해 무상 또는 대체재산 제공 조건으로 양여할 수 있다'고 나와있을 뿐, 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조항이 없다. 다만 도는 무상 사용을 국방부가 허락하면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서라도 돌파구를 찾겠다고 전했다.

 국유재산에 건설할 수 있는 '영구 시설물' 대상이 제한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국유지에는 교량 등 사회기반 시설이나 주민 문화·체육시설만 영구적으로 시설할 수 있다. 단 이런 시설물이 아니더라도 국가에 기부하는 조건을 달면 건설이 가능하다. 그러나 도는 국가 기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법을 폭넓게 해석하면 평화대공원에 들어설 전시관을 포함해 복원할 격납고 등은 주민 문화시설로 볼 수 있다"며 "국가 기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가장 큰 난관은 임대농민들의 생계 문제이다. 대정읍 농민들은 알뜨르 비행장 169만㎡ 중 124만㎡를 국가로부터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수십 년 째 5년 단위로 임차 계약을 연장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데, 평화대공원이 조성되면 이들은 그동안의 생계 터전을 잃고 만다.

 국방부 관계자는 "알뜨르 비행장 무상 사용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무상 사용으로 결론나도) 임차농 문제는 제주도가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무상 사용이 성사되면 임대 농민을 포함해 지역 차원의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주민들이 반대하면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은 사실상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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