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을 대표하는 통합브랜드인 '귤로장생'이 출범한 지 6년째를 맞지만 농·감협마다 제각각 사용해오던 자체브랜드 사용을 고수하면서 통합브랜드를 만든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11일 농협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제주자치도, (사)제주감귤연합회와 함께 연구용역과 각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감귤 통합브랜드로 귤로장생을 만든 것은 농·감협별로 사용하는 47개 브랜드(상표등록 39개, 미등록 8개)로 인한 품질관리의 어려움과 소비자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뉴질랜드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처럼 제주감귤에 대한 꼼꼼한 품질관리로 시장경쟁력을 높여보자는 취지로 당도 10브릭스 이상 감귤에 대해 명품, 프리미엄, 일반 등 세 종류로 포장상자를 달리하고 있다.
귤로장생 브랜드 출범 초기인 3년동안은 농협의 자체브랜드를 병행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점차 귤로장생 브랜드로 유도한다는 게 농협의 구상이었지만 시행 6년째를 맞는 현재까지도 귤로장생으로 출하되는 감귤량은 미미하다.
농협을 통해 계통출하된 2017년산 감귤 17만2650t 중 귤로장생 브랜드로 출하된 양은 7892t에 그쳤다. 2018년산은 19만4220t 중 3만44t, 2019년산은 19만2158t 중 1만5624t이 통합브랜드 출하량이다. 2018년산 대비 2019년산 통합브랜드 출하량이 반토막난 것은 브랜드 출범 초기인 2016~2018년산에 대해 과실브랜드 육성사업비로 지역농협에 총 국비 27억원(자부담 40% 포함)이 지원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농협은 귤로장생 출하량을 늘리기 위해 목표량까지 부여하며 실적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귤로장생 브랜드 출하량이 미미한 것은 천상천하(서귀포농협), 황제감귤(중문농협), 곱들락감귤(남원농협), 불로초(제주감협), 귤림원(제주감협) 등 서귀포시 지역을 중심으로 10년 넘게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온 자체브랜드의 이미지가 좋아 도매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제주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통합브랜드 출하율이 낮은 이유다.
귤로장생으로 출하되는 물량이 미미하다 보니 중도매인들의 낮은 인지도로 도매시장 경락가격도 농협별 자체브랜드로 출하된 감귤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농협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 다져온 자체브랜드 파워가 강한 농협의 경우 통합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통합브랜드 도입 취지에 맞게 농협별 자체브랜드 가운데 품질기준이 없고 시장 인지도도 낮은 브랜드부터 정리하는 방법으로 통합브랜드 인지도를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