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월동무. 한라일보DB
제주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력난에 재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채소류 품목으로 재배가 쏠리면서 면적이 증가한 품목은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이달 말부터 본격 출하를 앞둔 월동채소류 중 양배추 등이 가격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7일 농협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제주가 주산지인 월동무, 당근과 양배추가 현재 도내 일부 지역에서 소량씩 출하되기 시작해 이달 하순부터는 본격 출하될 전망이다.
농가재배의향 조사를 토대로 추정한 이들 품목의 올해산 생산예상량은 평년보다 10% 안팎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동무 5042㏊·35만8600t ▷당근 1456㏊·5만2300t ▷양배추 1780㏊·10만4800t으로 생산량을 기준으로 평년 대비 월동무 9.6%, 당근 15.7%, 양배추는 9.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월동무와 당근은 앞으로 내년 봄까지 전국에 유통되는 물량이 대부분 제주산이지만 양배추는 전남 무안지역 1000㏊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제주와 같은 출하시기에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비상이 걸렸다. 양파 주산지인 무안에서 양파 연작 피해 등으로 최근 양배추로 전환하는 농가가 늘며 올해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갑절 이상 늘어난 상태다. 특히 제주산 양배추는 올해 3~4월 두 차례에 걸쳐 243㏊가 시장격리될만큼 어려움을 겪었는데 2년 연속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7일 서울 가락시장의 경락가격은 무(20㎏) 1만2000원으로 작년 12월(1만1780원)보다 소폭 높고, 평년 12월(1만5040원)보다는 낮게 형성되고 있다. 당근(20㎏) 경락가는 2만4450원으로 작년 12월(2만2960원)보다는 높은데 평년 12월(3만580원)에 견주면 약세다. 양배추(8㎏)는 4360원으로 작년 12월(6000원)과 평년 12월(7660원)에 견줘 27~43% 낮다.
반면 마늘은 내년산 재배예상면적이 1584㏊로 올해(1600㏊)보다 소폭 감소하며 해마다 이맘때쯤 지역농협이 계약재배농가와 체결하는 계약가가 ㎏당 3000원으로 정해지고 있다.. 작년(2500원)보다 높고 최고가격이었던 2017년산(3200원) 다음으로 높은 가격인데, 면적 감소에다 지난 가을 대정과 안덕지역에서 흑색썩음균핵병이 번져 생산량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마늘은 낮은 기계화율에 따른 인력난으로 재배면적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2011년에는 2822㏊에서 재배됐었다.
농협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당근과 월동무는 제주산 출하 초기엔 가격이 괜찮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출하기인 내년 1월부터는 가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양배추의 경우 제주와 무안에서 수급조절 등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