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의 한라칼럼] 크리스마스 트리 구상나무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이윤형의 한라칼럼] 크리스마스 트리 구상나무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 입력 : 2021. 12.21(화) 00:00
  • 이윤형 선임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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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적으로 신생대 제3기는 약 6500만 년 전부터 200만 년 전 시기에 해당한다. 쉽게 가늠하기 힘든 지질시대다. 신생대 제3기 말에서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홍적세)에 접어들면서 제주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지질시대에서부터 혹독한 환경을 견디며 살아남은 나무가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구상나무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한라산을 비롯 지리산 등 해발 1000m 이상 산지에 주로 분포한다. 구상나무가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은 꼭 101년 전이다. 영국의 식물분류학자 어니스트 윌슨이 1917년 10월 31일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채집하여 1920년 미국 하버드대에 있는 아널드식물원 연구보고서에 실었다. 연구보고서 1권 3호에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한라산과 한반도 남부지방에만 서식하는 토종 '아비에스 코레아나'(Abies koreana)라고 명명을 했다.

이에 앞서 구상나무는 1907년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1902년 4월 제주에 들어와 이후 13년간 사목을 한 프랑스인 에밀 타케(한국 명 엄택기: 1873∼1952) 신부와 위르뱅 포리 신부에 의해서다. 두 신부는 이를 아널드식물원으로 보냈으나 10년간 방치되다 윌슨에 의해 신종임이 밝혀졌다. 2012년 국립생물자원관 조사 결과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구상나무 개량종이 90품종 이상 알려지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전 세계로 퍼진 것이다. 세계 구상나무의 원조는 한라산이다.

그렇지만 지질시대에도 살아남은 구상나무는 불과 20여년 사이에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10년 전인 2011년에 이미 위기종으로 분류, 적색목록(Red List)에 올려놓았다. 이후 10여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9월 한라산 구상나무가 39% 이상 쇠퇴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결과 한라산 구상나무의 쇠퇴도가 가장 높았다.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었다. 구과(열매)가 맺힌 구상나무가 거의 없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달린 구과마저도 해충 피해가 심각해 보존·복원대책이 시급하다.

죽어가는 구상나무가 많아지는데다, 살아남은 나무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껏 열매가 달려도 불량 열매이니 번식 할 수 없는 불임 나무로 변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존 위기에 닥친 구상나무는 지난 11월 15일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에 종자를 저장해둘 만큼 심각하다.

해마다 이맘쯤이면 캐럴송과 함께 아름답게 장식한 크리스나무 트리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실종된 것처럼 구상나무 또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는 한라산 상징 나무가 사라지는 것만 뜻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생존 환경 또한 그만큼 힘들어진다. 지질시대를 거치며 한반도의 기후에 적응해온 구상나무를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볼 수 있을까. <이윤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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