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이 섬에 미치려면 땅값 아닌 행복의 가치를

[책세상] 이 섬에 미치려면 땅값 아닌 행복의 가치를
손세실리아 산문집 '섬에서 부르는 노래'
  • 입력 : 2021. 12.2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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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 앞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책방카페 '시인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손세실리아 시인. 제주 해안가를 걷다가 버려진 집을 발견했고 거역할 수 없는 어떤 이끌림으로 덜컥 입도(入島)한 지 어느새 11년이 되었다.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 '섬에서 부르는 노래'는 그 같은 사연을 품은 제주살이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로 채워졌다.

산문집에 실린 글은 약 30편에 이른다. "나의 심미안은 책으로부터 왔다"는 시인은 책방카페에서 마주하는 인연과 더불어 변시지에서 박완서까지 미술과 문학, 음악을 아우르며 속 깊은 사유를 풀어내고 있다.

시인에게 제주는 출생으로 주어진 고향을 제외하면 가장 오래 정주하고 있는 땅이다. "자의로 획득한 고향"에서 시인은 사철 피고 지는 꽃과 철새와 갯것과 "섬살이" 중이다. 시인이 제주에 정착할 때만 해도 곳곳에 공한지와 폐가가 널려 있어 비교적 쉽게 제주행을 실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꿈같은 말이다. 그래서일까. 빈집으로 방치됐던 백 년 누옥을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키며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시인에게 주변에서 자주 묻는 말은 부동산 시세다. 공간의 가치보다는 치솟은 땅값, 집값에 관심을 보인다.

첫 장에 올린 '제주에 미(美)치다'에는 그 같은 제주 풍경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시인은 "여긴 평당 얼마예요?"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모욕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며 제주 정착을 설계하는 이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 "'땅 한 평 값'에 대해 궁금해하지 말고 '행복 한 뼘의 가치'를 우선시하시라." 여행자들에 대한 부탁의 말도 있다. "속물적인 작태에 넌더리가 나 외지인을 외지 것이라 폄하하는 도민들의 심정을 십분 헤아려 어딜 다니든 예의를 갖추시라." 도서출판 강. 1만6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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