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청.
지난해 제주에 유례없는 대형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계기로 제주도가 재난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제 몫을 해낼 지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됐어야 할 자연재해 대비 최상위 법정 계획은 여전히 '수립중'이고, 타 지자체와 달리 제주엔 지진 전문 공무원도 없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2차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이 법정 기한을 넘겨 아직까지 수립되지 않았다. 이 계획은 침수, 붕괴, 강풍, 월파, 대설 등 총 9개 자연재해 유형을 종합적으로 조사·분석해 대책을 제시하기 위한 방재 분야 최상위 종합계획이다.
원래 방재 분야 법정 계획은 '풍수해저감 종합계획'이란 이름으로 5년마다 수립·시행됐지만 지난 2018년 자연재해대책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수립·시행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다.
제주도는 법 개정 이듬 해인 2019년부터 '제2차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 계획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지난해에 고시가 이뤄져야 했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계획을 만드는 중이다.
제주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청회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게 어려워 수립 기간을 연장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보다 늦게 추진된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등 다른 법정 계획은 코로나 사태 속에도 법정 시한을 지켜 대조를 보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계획 수립 용역이 잠시 중단됐었고, 충분한 검토 시간도 필요해 용역 기간을 연장했다"며 "최대한 올해 상반기 내 계획 수립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지진 전문인력 부재로 지진 예방 시책 발굴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제주에 지진과 재해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방재 안전직렬 공무원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지진 연구 경험 등이 있는 전문 인력은 아니다. 다른 지자체는 지진 전문가를 채용해 방재시책 발굴 또는 대응매뉴얼 개발, 단층 연구, 지진상황 전파 체계 구축 등의 업무를 맡긴다.
지진 발생이 잦은 포항시와 부산시도 지진 관련 전문가를 채용했으며, 경기도는 더 나아가 전담 조직인 지진전담팀도 꾸렸다.
아울러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행정안전부가 전국 활성단층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연구 대상에 제주권은 빠져 있어, 지난달 지진 발생을 계기로 제주권에 대한 조사 재검토 요청도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행안부 연구 시작 당시엔 제주권이 (지진 관련) 국내에서 안전한 곳으로 뽑혔다"며 "이번에 큰 지진이 났기 때문에 기상청에 재검토 요청을 했고, 그게 되기 위해선 자체적 기획 연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인력 채용까지 포함한 지진 방재 관련 계획을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