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사가 위법 서슴지 않아 개탄스럽다

[사설] 판사가 위법 서슴지 않아 개탄스럽다
  • 입력 : 2022. 01.18(화) 00:00
  • 한라일보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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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초록은 동색'이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풀색과 녹색은 같은 색이라는 뜻이다. 서로 같은 무리끼리 잘 어울린다는 의미다. 그게 서민들의 얘기라면 다정다감해서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힘센 사람'끼리 서로 한패가 돼서 작당하니 조롱거리로 비유되는 것이다. 최근 제주지방법원이 사기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정치인의 선고를 비공개로 진행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지난 11일 제주법원에서 형사재판 선고가 재판장의 판단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해당 재판은 도내에서 유력 정치인으로 활동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피고인'으로 지정된 사기사건이다. 방청객 없는 법정에서 이 변호사는 지인에게 수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의 선고를 받았다. 문제는 판사의 비공개 결정이 특혜를 넘어 위헌 논란까지 제기된다는 점이다.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는 법률이 있지만 '선고'만큼은 비공개로 진행할 근거 자체가 없다.

판사가 재판의 기본조차도 모른 채 선고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단순한 특혜 논란의 문제가 아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재판의 심리와 선고는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심리도 비공개할 경우 재판장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비공개 결정도 피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사생활이나 신변보호를 위한 것이다. 헌법 수호기관인 법원이 스스로 위법을 서슴지 않았다. 같은 법조인끼리 감싸는 것이 준법보다 그렇게 중요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초록은 동색이었다. 가뜩이나 불신받는 사법부가 어떻게 신뢰를 되찾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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