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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일자리 제공을 위해 행정에서 시행하는 '55세 이상 기간제 근로'가 퇴직 공무원들의 용돈벌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9일 제주시에 따르면 ▷가로환경정비 ▷청소행정 기동반 ▷재활용도움센터 도우미 ▷클린하우스 재활용품 배출 도우미 ▷클린하우스 및 음식물쓰레기 종량기 세척·청소 등 생활환경 분야에 55세 이상 장·노년층을 기간제로 채용하고 있다. 근무조건과 보수는 분야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주 5일·1일 8시간'에 200여만원을 받는다. 연도별 채용·예산은 2019년 936명·166억2100만원, 2020년 1031명·185억7100만원, 2021년 1067명·206억원, 2022년 1174명·216억4100만원으로 매년 규모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연금을 받는 퇴직 공무원들이 기간제 근로에 나서 눈총을 사고 있다. 생계가 불안정한 취약계층이 아닌 매달 수백만원의 연금을 받는 공직자 출신들이 자리를 꿰차면서 박탈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제주시 동지역에서 클린하우스 도우미를 하고 있는 A(64·여)씨는 "우리 동네 재활용도움센터에 일하는 근로자가 퇴직 공무원이다. 그는 평소 동료들에게 공무원 출신인 것을 공공연히 말하는 것도 모자라 수십억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까지 자랑한다"며 "이 일은 대부분이 생계가 어려운 분들이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공무원 출신의 부자가 동료로 나타나니 박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동지역에서 환경정비를 하고 있는 B(64)씨는 "동네에 칠십 넘은 할머니 두 명이 기간제에 지원했다 떨어졌다. 면접에서 요일별로 배출하는 재활용품 목록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 자리에는 타지역에 살고 있는 퇴직 공무원이 합격했다. 당시 주민센터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는데, 이듬해부터 면접관을 외부 위원으로 바꿔 책임을 회피하더라"고 말했다.
이러한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만 있을 뿐 정작 채용 시에는 거주지나 소득, 재산 관련 기준이 없어서다. 반면 공공근로는 지원 자격을 저소득층과 장애인, 장기실직자, 코로나19 실직·폐업자 등 취약계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공공근로와 달리 기간제는 지원자의 직업이나 소득, 재산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지원 자격을 제한하려면 조례 개정 등 법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