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고양이 문제 풀릴까… 주민들 "조류 보호 위한 반출 찬성"

마라도 고양이 문제 풀릴까… 주민들 "조류 보호 위한 반출 찬성"
"보호시설 마련" 전제 달고 의견 제시
치료 필요한 고양이 일부는 섬 밖으로
  • 입력 : 2023. 02.12(일) 14:19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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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의 고양이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최남단이자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의 주민들이 생태계 보호를 위해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보내는 데 동의한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학계와 제주 지역사회 등에 따르면 마라리 이장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마을 개발위원회(주민자치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천연보호구역의 여건을 고려할 때 조류 보호를 위한 길고양이 반출에 찬성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은 최근 마라도 내 길고양이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 등 생태계에 위협을 준다는 민원이 나오는 상황에 안타까워하며 논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더라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먹이를 주며 돌봐온 소중한 생명체인 만큼 보호시설을 먼저 마련한 뒤 반출해야 하며,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현재 휴교 상태인 마라분교에 고양이 보호시설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마을 운영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 측은 "각 소관 부처와 지자체는 뿔쇠오리 등 조류와 고양이 문제 외에도 마라도 천연보호구역의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희귀 조류나 고양이 어느 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주민들을 위해 (관련 부처 및 지자체가) 쥐, 바퀴벌레 등 유해 생물 방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관련 예산도 책정해달라"고 촉구했다.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준비 중인 모습. 연합뉴스

뿔쇠오리가 마라도 인근을 찾는 시기를 앞둔 만큼 주민들의 의견이 향후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현재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제42조를 근거로 마라도 천연보호구역에 대한 긴급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현행법은 천연기념물, 천연보호구역 등을 포함한 국가지정문화재의 관리·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 관리자 또는 관리단체에 긴급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를 위해 제주 세계유산본부, 서귀포시, 동물보호단체, 학계 등 각계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출범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안의 당사자인 지역 주민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천연보호구역 내 생태계를 위해 생물로 인한 피해 현황과 대처 방안을 검토하는 연구 용역도 시작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 용역을 맡은 제주대 연구팀은 지난 10일 마라도에서 모니터링(관찰)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이 하루 섬 곳곳을 돌며 확인한 고양이 수는 약 50마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이후 섬을 찾은 수의사들과 동행해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으며 심각한 상처가 있거나 기생충 감염 등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고양이를 섬 밖으로 보냈다.

고양이들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치료·보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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