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가 설립하고, 제주대학교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센터)에서 불거진 보조금 횡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횡령 규모를 총 11억원으로 특정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사태는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피해 금액 중 일부를 자체 예산으로 메꾼 병원 측은 제주도가 해당 비용에 대한 보전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동부경찰서는 보조금 횡령 의혹을 받은 센터 직원 A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입건 종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금 지급 등 회계를 전담하는 직원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센터 계좌로 입급된 보조금 11여억원을 개인 명의 통장으로 이체했다. 단 A씨가 이 기간 빼돌린 11억여원 중 6억여원을 다시 센터 계좌로 입금하면서 실제 사라진 돈은 5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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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A씨가 지난해 11월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뒤 보조금 계좌를 점검하던 중 수억원이 사라진 사실을 처음 알아챘다. 문제가 불거지자 제주도와 제주대병원은 센터를 상대로 합동 감사를 벌이는 한편, 지난해 12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센터 계좌로 보조금 일부를 다시 돌려 놓은 것과 상관 없이 개인 통장에 이체한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총 횡령 규모를 11억원으로 산정했다"면서 "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A씨가 횡령한 돈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5억원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는 등 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자 병원 측은 자체 예산 4억원을 투입해 밀린 임금을 지급했다. 또 병원 측은 제주도에 손실액을 보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는 등 사실상 거부 당하자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고 최근 변호사를 선임했다.
제주도는 이같은 병원 측의 법적 대응 계획에 대해 "법률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제주도는 그동안 센터 직원 1명이 회계 업무를 전담하다 보니 비리에 취약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보고, 회계 업무에 2명 이상 투입할 것과 보조금 계좌를 수시로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제주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자살 예방과 재난대응 심리 지원 등 정신 건강 증진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지난 2015년 제주도가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설립했다. 센터는 제주대학교병원이 설립 첫해부터 지금까지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제주도와 정부는 매해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센터에 지원된 보조금은 약 2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