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제주 한 달 살이'로 시작.. 이후 정착
입도 이후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등 거쳐 현재 직접 운영도
"새로운 사람 만나는 기쁨.. 제주만의 소소함 유지됐으면"
[한라일보] "제주도 생활을 하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담게 됐어요. 아침에 햇살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깼는데 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리고, 밤엔 별이 보였어요. '행복하다'는 말이 자주 나오다 보니, 문득 육지에서 내가 행복하다는 말을 언제 해봤는지 생각해봤어요. 기억이 잘 안나더라고요. '지금, 여기'에서 내가 행복을 느끼는 게 맞고, 그런 인생을 사는 게 좋겠어서 제주 생활을 결심했어요"
땡볕이 내리쬐던 한낮에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인근 돌담길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최지민(35·사진)씨를 만났다. 건물 앞을 지나가는 행인을 보며 짖어대는 강아지를 차분히 달래고 웃으며 이웃을 맞는 모습에서, 목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 한 초면임에도 '저 분이구나', '제주 시골에 정착한 이주민이신 것 같다'며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한적한 카페로 자리를 옮겨 지민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천에 거주하던 지민 씨는 '제주살이', '제주 한 달 살기'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2014년 제주로 왔다. 그 역시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살이를 선택하기까지 크고 작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을 다니며 일을 하다 회사 사옥이 이전하게 되면서 출퇴근 거리가 많이 멀어졌고, 여러 고민 끝에 인생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인 제주 한 달 살기를 선택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시 함덕리 인근의 한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일을 하며 첫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며 단체생활도 해보고, 혼자 살며 각종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다양한 일을 경험했지만 그중에서도 게스트하우스 일에 가장 애착이 갔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지민 씨 제공.
지민 씨와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소재 역시 게스트하우스였다. 현재 지민 씨가 운영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역시 세화리의 작은 골목 '제주스러운' 느낌과 낭만이 물씬 풍기는 곳에 위치해 있다.
지민 씨에게서 소개받은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자유로움'과 '새로움'으로 요약됐다. 다양한 지역에서 각기 다른 밀도의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성격을 품은 여행자들이 모여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공간인 것이다. 낯선 사람과 자유롭게 친해지되, 제주에 여행을 오지 않았다면, 이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이 물씬 느껴졌다.
지민 씨는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외롭거나 말벗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로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소소한 담소를 나눌 수 있어요"라며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워낙 좋아하고,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 게스트하우스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라며 "매일 사람을 새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는데, 특히 원래 하던 회사 생활을 이어갔다면 절대 만날 수 없는 분, 살면서 한 번도 만나기 어려운 분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재밌었죠"라고 덧붙였다.
그는 게스트하우스 운영 외에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안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부터, 러닝크루(달리기 모임), 동네 책방에서 삼삼오오 모여 진행하는 독서 모임, 캠핑 모임 등이다.
이제 제주 이주 8년차인 지민 씨는 최근 제주가 변화하는 모습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뿌리깊은 공동체 문화가 깃든 지역사회에서, 정착민의 눈으로는 삶의 터전의 변화를 알아채기 힘든 법이다. 지민 씨는 "제주에 머문 지 8년쯤 지나면서, 제주만의 색깔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처음 제주에 왔을 때보다 편의시설이 늘어나긴 했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상업적으로 변한 것처럼 보여요. 제주스러운 소소함보다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많아졌달까요. 개발과 변화는 좋지만, 제주만의 색깔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