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내 어릴 적 이루고 싶은 꿈이었고, 어른이 된 지금 이루지 못한 꿈이기에 더 아련하고 애틋한, 선생님. 그래서 지금도 교육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교육복지사라는 직업으로 학교와 교육청을 맴돌며 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며칠 전, 중학교 동창들과 함께 서로 좋아했다고 우기던 세분의 선생님을 모시고 식사 자리를 가졌다. 2층 학생들이 1층에 내려오면 허공에 몽둥이를 휘두르며 아이들을 분리하고 늘 유쾌한 입담과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했던 우리들의 영원한 오라버니 같은 선생님, 2년 연속 학년을 맡아 올라가며 품격 있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학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선생님, 초임 발령과 함께 여중생들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 우리들의 연예인이었던 선생님과 함께 옛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30여 년간의 삶에 대한 소회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그때 많이 혼냈었다고 두 손 모아 미안하다고 하시는 선생님, 이제는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 없어, 제자 앞에 나서기 망설였다는 선생님, 이렇게 함께 익어가는 스승과 제자. 아름답지 아니한가.
요즘 학교를 되돌아본다. '학교'라고 검색해 보면 여전히 안타깝고, 불행한 뉴스가 많다. 정말 왜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것일까. 나는 내 자녀에게 어떤 부모인가부터 되돌아보곤 한다.
학교는 성인이 되기 전 사회성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생기는 문제나 어려움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고, 또래 및 선생님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우리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를 갖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겸손한 마음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녀 앞에서 담임선생님과 학교의 운영 방식에 대해 험담하고 비난하는 부모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제발, 선생님과 학교에 대한 험담과 비난을 자녀 앞에서 하지 말아주시길 당부드리고 싶다. 자녀가 학교를 잘 다니길 바란다면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학교에 가서 무엇을 배울지, 어떤 재밌는 일이 기다릴지 흥미로운 마음으로 학교에 간다면, 분명 일상에서 배움과 즐거움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유대 경전에 '남을 헐뜯는 험담은 살인보다도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밖에 죽이지 않으나, 험담은 반드시 세 사람을 죽인다'라는 말이 있다. 험담을 퍼뜨리는 사람과 그것을 말리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 그 험담의 대상이 된 사람 모두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우선 자녀가 학교에서 친구 혹은 선생님과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땐 공식적인 과정을 확인한 후 건의하고, 자녀의 문제라면 가정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양육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훗날 선생님을 기억하며 설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 선생님을 지원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교육복지사의 길을 걸으며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삶이기를 늘 소망한다.
오늘, 생각나는 선생님께 안부 전화 한번 드리는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오지선 중문초등학교 교육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