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풍요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문화 행사가 많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10월은 문화의 달이고, 문화의 날까지 들어있으니 각종 문화행사가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사실 굳이 10월이 아니더라도 서귀포에는 문화행사가 많다. 서귀포문화원이 생긴 후로는 거의 달마다 문화 관련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서귀포문화원은 ‘지역문화의 계발 연구 조사 및 문화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더불어 지역고유문화 계발·보급·보존·전승 및 선양, 향토사 발굴·조사·연구 및 사료 수집·보존, 지역문화행사 개최, 문화에 관한 자료 수집·보존 및 보급, 지역전통문화 국내·외 교류, 지역문화에 대한 사회교육활동, 지역 환경보존 등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문화 활동, 지역 문화 창달을 위한 사업, 기타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전개해 나가고 있다. 서귀포 지역 문화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문화원 설립을 위해 뛰어다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나이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지난날을 돌아보며 옛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나이를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올해로 만 80이 되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믿고 싶을 만큼 마음은 아직도 푸르기 때문이다. 서귀포문화원과 첫 인연을 맺었을 때 나는 막 50줄에 접어들었었다. 그때는 적지 않은 나이로 여겨졌는데, 지금 돌아보니 청춘 같다.
개원한지 올해로 27년이 된 서귀포문화원의 역사 속에서, 설립 태동기부터 19년을 함께 했다. 한 기관과 맺은 인연이 꽤 길고 깊기도 하거니와, 내 인생 중 가장 굵직한 시간을 보낸 기간이기에, 요즘 먹고 사는 추억 속에 서귀포문화원과의 시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서귀포문화원과 나의 인연은 1993년에 시작되었다. 서귀포문화원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1989년이었지만, 앞장서서 일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인사가 없어 몇 해를 넘기게 되었고, 내게 그 일을 해주지 않겠느냐는 권유가 있었던 해가 1993년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 막중한 일의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사양했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걸맞은 사람이라도 찾아보자 싶어 관련 자료를 검토하다가 맡게 되고 말았다.
1994년 10월부터 문화원 설립 발기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14명의 인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발기인 동의서명을 받아내어 1995년 발기대회를 치른 뒤, 총 25종 365매의 서류를 꼼꼼히 준비하고 286명의 회원을 확보해 1996년 법인 설립 인가를 받는 등, 3년 동안 밤낮없이 준비하고 뛰어다닌 끝에 서귀포문화원의 문을 열었다. 그때의 감동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개원한 뒤 초대 상임부원장 4년, 3~4대 원장 8년을 지냈다. 특히 원장 임기 8년 동안 1년에 평균 20여 개의 사업을 추진하고 집행했었다. 짧은 연륜의 문화원이지만 정부의 특별사업에 공모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달아 지정되어 큰 규모의 사업을 집행했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뿐만 아니라 19년 동안, 서귀포문화학교 교장 등 문화원 관련 20개 무보수 명예직을 함께 맡아 정말 열심히 활동했었다. 서귀포문화원과 함께한 모든 날들이, 몹시 애가 타고 힘들었던 시간들까지도, 보람되고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떠올려지곤 한다.
서귀포문화원의 발전이 곧 서귀포문화의 발전이라고 믿는다. 서귀포문화원이 더욱 알차고 활기찬 활동으로 번성해서 서귀포문화를 더욱 풍성하고 빛나게 가꾸어주기를 늘 기원하고 있다. <김계담 전 서귀포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