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유난히도 뜨거웠던 올해 여름이 지났다. 미국 나사(NASA)의 기후과학자 피터 칼무스는 "올해 여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라고 해 앞으로의 여름날들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에서 더 악화된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 전 세계가 이상기온 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극한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며 지구상 어디에도 기후 안전지대가 없음을 실감할 수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주요 사회문제 중 하나는 환경불평등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이 기후 위기에 더 취약하고 큰 피해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상황은 건강 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감시체계 자료에 의하면 2023년 겨울철 한랭질환자와 여름철 온열진환자 중 65세 이상 비율이 각각 42.3%(477명 중 189명)와 29.5%(2818명 중 830명)로 다른 연령집단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노인이 기후 위기에 취약한 집단임을 보여준다.
기후 위기는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노인들의 삶에 고난과 위험을 안겨줄 수 있어 기후변화에 대응한 노인복지정책 추진에 지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제주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냉·난방비 일부를 지원하는 에너지드림사업, 기후친화형쉼터 조성 등 기후 위기 관련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연계한 저소득층 노인 대상 에너지복지사업 확대, 지역 내 기후친화형쉼터 확대, 기후취약지역 거주 노인의 주거환경 개선 지원 등 기후대응 정책 마련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또한, 제주지역 노인의 기후변화 피해 현황조사를 바탕으로 기후취약 사각지대 노인을 발굴하고 이들의 건강을 예방하고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그 외에 활동적인 신노년층(Active Senior)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 분야의 사회활동과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 신노년층이 환경보전에 공헌하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역할에 참여하는 것은 지역사회 내 노인 세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도시건강연구의제(Urban Health Research Agenda)에는 '환경적 영향(Environmental Impact) 고려'를 주요 원칙으로 포함한다. 이는 도시건강 연구 진행에 있어 지구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안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노인복지정책 추진에서도 지구의 건강 회복을 도울 수 있는 통합적 관점의 접근이 요구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에도 해당된다. 기후 위기 속 노인을 포함한 전 지구인과 지구 모두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복지정책 전환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