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하자' 징계위 다시 열고 서귀포의료원 약제과장 파면

'절차 하자' 징계위 다시 열고 서귀포의료원 약제과장 파면
무단 결근 등 복무-의약품 관리 부실 이유
31일 세번째 징계위 열고 최고 수준 의결
심의 과정서 중대한 하자 발견 원심 무효
  • 입력 : 2023. 11.01(수) 15:45  수정 : 2023. 11. 02(목) 17:36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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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료원 전경.

[한라일보] 수백차례 무단 결근과 지각을 일삼고, 의약품을 부실하게 관리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서귀포의료원 약제 과장이 재심의와 소청 심사 끝에 해임에서 강등으로, 강등에서 다시 정직으로 두차례 징계 수위를 감경 받아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의료원 측이 다시 징계위를 열어 해당 과장에 대해 파면을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귀포의료원은 전날 징계위원회를 열어 현재 정직 상태인 A씨를 파면하기로 의결했다. 파면은 수위가 가장 높은 징계로, 해고와 함께 연금과 퇴직수당이 깎이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미 의료원 측은 A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지만, 당시 징계 절차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고 이날 다시 징계위를 소집했다.

의료원 측은 지난 7월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A씨가 무단 결근과 지각을 일삼고 의약품을 부실하게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나자 한달 뒤 징계위를 열어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당시 징계는 해임과 강등을 놓고 노사 위원 동의를 얻어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공교롭게도 해임 4명, 강등 4명으로 동률이 나오자 징계위원장이 직권으로 해임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 서귀포의료원장이 징계위 의결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해 다시 징계위가 열리면서 수위는 강등으로 한차례 조정됐다.

징계 수위는 또다시 뒤집혔다. 이번엔 A씨가 강등을 받아들 수 없다며 소청 심사를 제기해 징계 수위가 정직 3개월으로 최종 결정됐다.

정직 3개월로 마무리 될 것 같던 이번 사태는 도 감사위가 '당시 징계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재점화됐다.

서귀포의료원 단체협약에 따라 해임 이상 징계는 징계위에 참여한 노사 위원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1차 징계는 이런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채 이뤄졌다.

2차 징계 경우 제척 대상자가 위원으로 참석한 점이, 3차 징계는 이미 두차례 징계위가 소집돼 더이상 열 수 없는데도 진행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우여곡절 끝에 10월31일 다시 열린 징계위에서 징계 수위가 파면으로 대폭 상향된 이유는 A씨의 추가 비위 행위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A씨가 정직 상태인데도 전화로 의료원이 쓸 약제를 주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의료원 관계자는 "A씨에게 파면 의결 결과가 아직 통지되지 않은 상태"라며 "행감을 통해 A씨가 추가 비위 행위가 드러난 것이 파면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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