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이 책은 복잡성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존재할 수 있고, 그 길로 가기 위한 성찰이자,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본문 중)
독일의 대표적인 여성 언론인인 퀴브라 귀뮈샤이는 튀르키예 이민자 출신이다. 독일어, 영어, 라틴어, 튀르키예어를 구사할 줄 알지만 모국어인 튀르키예어는 어학 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녀가 오랫동안 언어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파고든 건 부당함에,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부조리에 익숙해지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언어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형성하고 우리의 처세와 정치를 결정하는지 탐구해 왔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제들, 그 안에 드리운 진짜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 언어의 체계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언어와 존재'(시프 펴냄)는 느낌, 사고, 가치를 만들어 내고 사회의 한 풍경을 이루는 언어의 건축 구조를 저자 특유의 유려하고 은유적이며 자기고백적인 문장으로 파헤친 책이다.
특히 저자는 책에서 언어와 정치적 비인간화의 상호관계에 주목한다. "우리가 어떻게 다르게 말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더 인간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출판사의 서평을 덧붙이면 "차별과 소외가 범람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다르게' 말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더 '인간적'으로, 표준과 척도, 효율을 내세우지 않고 한 존재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말할 수 있는지 살핀다"는 것이다.
저자는 언어가 우리의 생각과 삶을 이루는 소재임도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에 동의하는지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고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피력한다. 또 쿠르트 투홀스키의 말 "언어는 무기다"를 인용하면서 언어가 화자들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출판사는 "그녀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 구조에서 소외되고 있는 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어째서 우리 모두의 당면 과제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복잡성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말하고, 존재할 수 있는 방법, 모든 사람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 '언어의 집'을 찾는 이 책은 고유하고 다양한 존재들의 실패와 연대의 기록인 동시에 다양성과 다의성, 환대를 지지하는 열정적인 연설문과 같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강영옥 옮김. 1만8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