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의 월요논단] 좋은 축제와 나쁜 축제

[김명범의 월요논단] 좋은 축제와 나쁜 축제
  • 입력 : 2023. 11.13(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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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난달 광주 '추억의 충장 축제'를 다녀왔다. 건입동과 자매결연을 맺은 산수2동 주민들이 산지천 축제에 방문해준 고마움에 화답한 일정이었다. 2004년부터 구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충장 축제는 문광부 '지역문화매력 로컬 100'에 선정될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 거리축제다.

비행기에 올라타면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금남로에 울려 퍼진 총성을 축제의 활로로 승화 시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수천 발 폭죽을 쏘아올리는 마스끌레타(Mascleta)재현 프로그램이 궁금했다. 마스끌레타는 스페인 내전 희생자를 기리는 '라스 파야스' 축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하지만 소박한 기대와는 달리 개막식 규모에서 부터 압도 당했다. 충장로, 금남로 도로 일대는 인산 인해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축제에 왔는지, 유명 가수 콘서트장에 와 있는지 분간이 안됐다. 충장 축제의 백미라고 하는 광주 동구 13개 동 주민들이 예술작가들과 협업해 만든 상징 조형물 거리 퍼레이드를 일정 상 보고 오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전국적으로 매년 1천 여개가 넘는 지역 축제가 열린다. 도내에서 개최되는 축제만해도 손으로 다 헤아릴수 없다. 소요되는 예산이 수억, 수십억원에 달하는 축제도 많다. 축제는 숫적으로도 그렇고, 규모나 외형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이렇다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으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느냐가 축제 성공 여부의 바로미터로 자리잡혀가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축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2022년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축제 기간 동안 외지인(139.6%) 방문율은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현지인 방문률(42.6%)은 매년 줄어 들고 있다. 행정의 지원으로 치러지는 지역 축제다 보니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축제 이름만 다를 뿐 프로그램이나 구성도 판박이 처럼 엇비슷한 수많은 지역 축제가 난립하고 있다는 비판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역의 고유성과 차별성이 사라진 획일화 된 축제는 분명 좋은 축제는 아니다. 지역 축제를 왜 하는지, 정체성에 대한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들불 축제 존폐를 두고 지역사회 여론이 분분하다. 탐라문화제 개최장소를 둘러싼 지역 소외론이 제기 되기도 했다. 수억원에 달하는 아이돌 가수 섭외비도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정부와 지자체의 행사와 축제 예산 전면 삭감과 보조금 반환 방침에 문화예술단체가 근시안적 행정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분별력 없는 행정의 대처가 아쉽다.

축제는 인간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축제에는 술과 가무가 빠지지 않았고, 놀이를 함께 하면서 흥겹게 어울려 즐겼다. 축제의 주인공은 바로 주민이었고, 축제의 무대는 마을이었다. 주민들은 예전과 달리 요즘, 축제는 많은데 축제다운 축제는 없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주인공이 애매해진 요즘 지역 축제의 현주소를 꼬집는 경고가 아닐까.

축제의 본질을 되새겨 봐야 할 때다. 좋은 축제와 나쁜 축제의 기준을 주민들이 바로 세우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명범 행정학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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