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43)아직 멀었다-이문재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43)아직 멀었다-이문재
  • 입력 : 2023. 11.21(화) 00:00  수정 : 2023. 11. 21(화) 12:22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아직 멀었다-이문재




지하철 광고에서 보았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옵니다.

그 이유는,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얼마나 높고

넓고 깊고 맑고 멀고 푸르른가.



땅 위에서

삶의 안팎에서

나의 기도가 얼마나 짧은가.



어림도 없다.

난 아직 멀었다.

삽화=써머



흙냄새가 올라오고 이내 비가 뚝뚝 떨어집니다. 그렇게 비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드리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 것인데요. 교훈적인 측면에서 포기하지 않는다, 는 정도의 함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은 실망을 익히고 고난을 이기고 목표를 감당하며 꿈을 이룬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에 지느러미를 달아주는 격언이 될만합니다. 생각해 보면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행위에도 어떤 잠재적 기능이 있으며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지성으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태도도 그중 하나일 테지요. 그게 본질이 아니잖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기도가 어떤 속도에 가속을 주는 용도라고 이해해도 좋겠습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하는 것은 큰 정성이지만 큰 상처일 수도 있지요. 그러면 기도하다가 문득 끝내버리세요. 그런다고 기도가 우리를 버리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인생에서 기도 없이 죽음을 향해 헤엄칠 수 없으며 남을 품을 수는 없습니다. <시인>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7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