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기

[김연덕의 건강&생활]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기
  • 입력 : 2023. 12.20(수) 00:00  수정 : 2023. 12. 20(수) 09:56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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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난 주말, 모교인 가톨릭대학교 안과 동문 송년회에서 'AI와 함께 하는 의사의 길'이라는 강의를 했다. 금년 봄 출시된 Chat GPT라는 인공지능 챗봇 (대화형 인공지능 로봇)이 교육과 법률을 비롯한 사회 전 영역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만큼, 의사 동료들의 삶과 의료의 미래에는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였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안과의사들이 녹내장 진료를 볼 때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챗봇을 만들어봤다. 10,0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의 녹내장 원서와 최신 학술 논문을 학습시키고, 초기 답변을 보면서 명령어(프롬프트)를 다듬어간 결과, 3주 뒤에는 초보 녹내장 전문의 수준의 진료가 가능한 챗봇이 만들어졌다. 환자의 녹내장 상태와 검사 결과들을 올려보니, 녀석은 몇 초 안에 비교적 정확한 진단과 원론적인 수준의 치료 방향을 내놓았다. 심도 깊은 의료 지식에 관한 답변은 필자가 직접 원서를 찾아보는 것보다 빨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코딩에 무지한 필자 혼자 인공지능을 이용해 매일 정상적인 병원 업무를 병행하면서,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었다. 밤을 새우거나 특별히 무리를 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 11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 1위와 2위를 의사가 차지했다 (1위 일반의, 2위 전문의). 정보를 모아 분석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를 내는 데이터 분석 업무일수록 기계지능이 대체하기 쉬운데, 의사의 역할을 환자의 과거 병력과 현재 증상과 같은 의료 정보의 분석과 진단, 처방에만 국한한다면, 당연히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과거 의료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는 결국 시장에서 실패했다. 그리고 자율 주행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기술의 발전 수준이나 법적인 책임 등의 문제로 인공지능이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더구나 인공지능이 세상에 없는 책과 지식을 조합해 상당히 그럴 듯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경향을 고려하면 아직은 인간 전문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한 상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미국에서 자동 마취 기계가 나왔을 때, 미국 마취과 의사협회의 격렬한 반발로, 3년만에 해당 생산을 포기한 바 있었다. 어딘가 친숙한 이야기다. 21세기 의사들이 산업혁명 시대 '러다이트 운동'을 벌인 셈이다. 하지만 변화를 거부한다고 해서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더 빠르고 편리한 세상을 향한 인류의 호기심은 그치지 않을 테니.

지난 10월, 의료 학술지 <란셋> 디지털 헬스 편에, 흥미로운 스웨덴 사례가 실렸다. 유방암을 검진할 때, 전문의 2명이 한 팀인 조합과 전문의 1명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조합으로 판독했더니, 전문의와 인공지능의 협업이 정확도가 더 높았다는 결과다.

대략 방향은 정해졌다. 협업이다. 기계가 잘하는 데이터 분석은 기계에게 맡기되, 인간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의사라면 의료윤리와 책임의식에 입각한 최종 판단과, 환자에 대한 긍휼과 사랑이겠다. 그렇다, 우리는 인공지능 때문에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덕분에 더 정확하면서도, 더 다정해질 수 있는 것이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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