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갑진년, 값진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갑진년, 값진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 입력 : 2024. 01.17(수) 00:00  수정 : 2024. 01. 17(수) 09:39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2024년을 맞이하고, 1월이 절반을 넘었다. 명실상부한 '갑진년'이 드는 입춘이나 설날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천간(天干)의 첫째인 '갑(甲)'은, 방위가 동이며 색이 푸름이다. 또한, '진(辰)'은 용(龍)이다. 그래서 '갑진'은 '동방의 청룡'이라고 한다.

'갑'이 쓰인 말, '갑을 관계'와 '갑질'의 뜻을 살펴보았다. 국민 참여형 국어사전 '우리말 샘'은 각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갑을 관계'는 계약을 맺을 때,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자와 불리한 지위에 있는 자의 관계, 계약서에 계약 당사자를 '갑'과 '을'로 대신해 표기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일반적으로 '갑'은 유리한 지위에 있는 자를, '을'은 불리한 지위에 있는 자를 나타내고 있다. '갑질'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참견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다.

'갑을 관계'와 '갑질'의 의미가 수직적 상관관계와 부당한 행동으로 설명되면서 갑의 행위가 폄하되었다. 갑은 을과 마찬가지로 둘 이상의 사물 중 하나를 가리키는 말일 뿐이다. 그 '갑'이 '질'과 함께하면서 그 가치가 비하되고, 나쁜 짓에 두루 쓰이고 있다. 정상적인 '갑의 행위'도 갑질로 불리면 정당성을 잃은 잘못된 일이 된다. 누구든, 자칫하다가는 '슈퍼 갑'이나 '울트라 갑'으로 몰리면서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자기를 약자로 자칭하면서 갑질보다 더 심한 '을질'을 하는 부류들도 있다. 때로는, 유사한 행위도 진영과 그 유·무익에 따라 '당연한 일'과 '갑질'로 갈린다. 이들은 비정상적이고 무질서한 시대의 단면이다.

난국의 모습은 지난해 말 국내 교수진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에서도 보인다. 1위가 '견리망의(見利忘義, 눈앞의 이익을 보자 의로움을 잊어버린다)'였다. 그 선정 이유들을 보자. 정치는 원래 국민을 바르게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날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대로 행동한다. 전세 사기나 교권 침해같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일도 빈번했다.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할 줄 모르는 후안무치한 자들이 행세했다. 이런 세태는 정치계뿐만 아니라 다른 계층이나 집단에서도 보였다. 지금 국민을 오래 힘들게 하는 혼탁함이 어디 이들뿐이랴. 2위를 한 '적반하장'까지 놓고 보면, 우리는 난세에 살고 있다.

새해에는 푸른 용의 기운이 이 시대의 혼돈을 걷어냈으면 좋겠다. 나라가 수렁을 벗어나 정의로움과 품격을 조금이라도 되찾았으면 좋겠다. 분열과 대립, 갈등이 줄어들고, 이(利)보다 의(義)가 앞서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나라, 국민이 '갑'이다. 국운이 올 4월에 그 '갑'이 하기에 달렸다. 풍진세상이 계속되든 태평세계가 오든 그것은 국민의 책임이다. 유권자가 정신을 차리고 '갑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이유다. 갑진년이 나라와 국민에게 값진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종실 오라동자연문화유산보전회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93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