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4.3 제76주년] (2)4·3 직권 재심

[기획/ 제주4.3 제76주년] (2)4·3 직권 재심
특별법 개정안 시행 2년… 1300명 명예회복
  • 입력 : 2024. 04.02(화) 00:00  수정 : 2024. 04. 02(화) 18:44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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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특별법은 그동안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재심을 청구하던 명예회복 절차를 국가가 전담하도록 해 법적 구제에 한층 속도를 내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1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3일 봉행되는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2022년 3월29일 제주지법 201호 법정. 재판장이 4·3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은 수형인 40명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4·3피해자들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이 개정된 후 처음으로 이뤄진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를 통해 70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고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4·3특별법은 그동안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재심을 청구하던 명예회복 절차를 국가가 전담하도록 해 법적 구제에 한층 속도를 내는 변화를 가져왔다.

유족·피해자 중심서 국가로
법적 구제 절차 한층 변화
까다로운 수형인 일반재판
명예회복 속도는 더뎌…
재심으로 50명만 피해 구제

▶4·3특별법 명예회복 속도=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상 재심은 허위 증거로 인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거나,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 또는 검사가 고문을 자행하는 등 직무상 위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 등이 명확히 증명될 때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2021년 6월 개정된 4·3특별법은 4·3희생자로 결정된 피해자가 4·3 당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거나 1948년부터 1949년 사이 군사재판을 받았다면 이런 형소법을 따르지 않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했다. 또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해선 검찰이 직접 재심을 청구하도록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1948~1949년 사이 군사재판이 불법 계엄령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효력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했다. 굳이 형소법에 따른 재심 사유를 피고인별로 각각 따지지 않아도 국가가 결정한 4·3희생자이고,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았다면 이들 모두 일괄적으로 직권 재심 권고 대상자로 삼는다는 게 4·3특별법의 취지이다.

4·3특별법은 지난해 8월 한차례 더 개정돼 군사재판 수형인에게 한정됐던 직권 재심 권고 대상을 일반재판 수형인으로 확대했다.

재심 전담 조직도 생겼다. 2021년 11월 재심을 청구할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하 합수단)이, 이듬해 2월엔 재심을 도맡아 심리할 전담 재판부가 각각 신설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3월27일 기준으로 군사재판 수형인 2530명 중 재심으로 누명을 벗은 피해자는 총 1756명(69.4%)다. 또 1756명 중 74%(1302명)가 검찰의 직권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했다. 4·3특별법 시행(2022년 4월) 2년 만에 일궈낸 성과로, 나머지는 피해자 또는 유족이 개별적으로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 받은 경우다.

▶희생자 결정에 갇힌 재심=군사재판에 비해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명예 회복 속도는 더딘 편이다. 현재까지 누명을 벗은 일반재판 4·3수형인 134명 중 검찰의 직권 재심으로 구제된 피해자는 50명에 그쳤다. 반면 4·3당시 일반재판 수형인은 1600~18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합수단이 일반재판 직권 재심 업무를 넘겨 받은 시점이 지난해 2월, 또 2차 개정이 지난해 8월 이뤄졌다는 '시간적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둘 간의 속도 차이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원인은 군사재판보다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재심 업무가 더 까다롭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수형인의 경우 1999년 발견된 수형인 명부를 기초로 재심 대상을 일과적으로 추려낼 수 있지만 일반재판은 이런 명부가 없어 일일이 한자로 된 판결문을 전부 확보해 번역해야 하고, 또 수사·재판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됐는지 여부도 증명해야 한다.

고된 일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합수단에 배치된 인원은 검사 3명, 경찰 수사관 3명 등 9명에 불과해 과부하가 우려된다.

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피해자가 국가 주도 구제 절차에서 소외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4·3특별법에 따른 특별 재심·직권 재심 권고 대상자가 되려면 반드시 희생자 결정이 있어야 한다.

희생자 결정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합수단이 직권 재심을 청구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마저도 군사재판에 한정됐다. 2022년 12월 합수단은 군사재판 대상자 중 희생자 결정을 받지 않은 수형인 A씨에 대해 형소법을 적용해 직권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런 '예외 사례'를 일반재판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난색을 드러낸다.

합수단 관계자는 "군사재판은 불법 계엄령에 의해 이뤄졌다는 역사적 근거가 명확하지만 일반재판은 그렇지 않아 둘을 똑같은 기준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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