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견 건설사 자금난… 공공 공사도 줄줄이 '중단'

제주 중견 건설사 자금난… 공공 공사도 줄줄이 '중단'
제주시·서귀포시 등 A건설사 계약해지 예고
현장사무소만 만든채 공정률 0%인 사업도
선급금 십수억 지급… 반환 요구 묵묵부답
  • 입력 : 2024. 05.21(화) 17:57  수정 : 2024. 05. 26(일) 11:33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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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지역 시공능력 평가에서 매번 상위권을 차지한 도내 중견 건설업체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 회사가 맡은 공공기관 공사들이 줄줄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2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시, 서귀포시 등은 최근 도내 A종합건설사에 관급공사 계약 해지 예고를 잇따라 통보했다.

A사는 1996년 설립된 종합건설업체로 도내에서 B브랜드 아파트 시공·분양사로 유명하다. 국내 유명 배우를 전속 모델로 내세운 A사는 도내 570여개 건설사를 상대로 한 시공능력 평가에서 매번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평판이 좋았지만, 최근 자사 아파트가 줄줄이 미분양되며 심각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A사가 도산 위기에 몰려 기업 회생 절차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사 홈페이지에 나온 대표 또는 분양 문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도 전부 받지 않거나, 없는 번호로 나타났다.

A사에 공사를 맡긴 도내 공공기관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A사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 교육청 등 도내 공공기관으로부터 5~6건의 관급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은 제주시가 발주한 평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이다. 이 사업은 집중 호우 때 저류지로 유입된 빗물이 넘쳐 마을 저지대가 상습적으로 침수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163억원을 들여 저류지를 확장하고 우수관로를 정비하는 것으로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정률은 0%다.

제주시 관계자는 "토지보상비와 설계비를 제외한 80억원에 도급계약을 맺고 A사에 선급금으로 10억원을 지급했지만 현장사무소만 만들었을뿐 지금껏 아무런 공사도 하지 않았다"며 "수차례 유선과 서면으로 신속한 공사를 지시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채 이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사는 선급금 반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공영주차장 조성 목적으로 제주시 도남동에서 추진되는 부지 정비공사도 마찬가지다. 시는 A사에 총 사업비 7억원 중 2억5000만원을 선급금으로 지급했지만 5개월째 아무런 공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밖에 제주시 중앙중학교부터 오남로까지 1.35㎞ 구간에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하는 공사(총 사업비 244억원)와 서귀포시 남원읍에 우수저류시설를 설치하는 공사(총 사업비 55억원)도 멈춰선 상태다. 두 공사의 현재 공정률은 각각 30%와 90% 수준으로, 이중 도시계획도로 공사는 법인만 다를 뿐 A사 대표가 설립한 또다른 법인이 맡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내용증명과 공사 이행 촉구 공문을 수차례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올해 초 상반기쯤 이 문제로 현장감리자가 A사 직원과 만난 적도 있지만 그 이후부턴 만날 수도 없고,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 도산 여부 등 A사의 현재 경영 사정도 파악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A사에 공사를 맡긴 공공기관은 계약 해지 예고에도 아무런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실 계약을 파기해 6~7월쯤 새로운 사업자를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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