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의 문연路에서] 당신들에게 ‘제주명예도민’ 자격 없다

[하성용의 문연路에서] 당신들에게 ‘제주명예도민’ 자격 없다
명예도민증은 제주 자부심
이상민 장관 선정 취소해야
  • 입력 : 2024. 12.10(화) 01: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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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명예도민증 수여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발전에 공로가 현저하거나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내·외국인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하고 있다. 명예도민에게는 공공시설 입장료 감면이나 항공권 할인혜택 등 제주도민에 준하는 권리와 다양한 혜택이 부여된다. 선정과정 역시 엄격하다. 제주특별자치도정조정위원회의 심의와 도의회의 동의(同意) 과정을 거쳐 최종 명예도민 대상자로 확정된다.

명예도민으로서 여러 권리와 혜택이 부여되지만, 중요한 것은 제주공동체의 소속감과 동등한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제주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해 고민하고 제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다는 그 자부심과 명예로움이 '가장 중요한 의미'아니겠는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의 계엄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을 지켜본 제주도민에게는 역사의 트라우마가 마음 속을 더욱 짓누른다.

1948년 11월, 제주도 전역에 선포된 불법 계엄령(戒嚴令)은 강경 진압작전으로 이어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재판절차도 없이 수많은 주민이 처형당했다. 인권을 유린하고, 반헌법·위법한 국가폭력을 정당화한 것이 계엄이다. 암흑한 역사의 시작이고, 제주도민에게 계엄은 그래서 더 고통스럽다.

지난 7일 김민석 의원 외 170인의 국회의원이 '행정안전부장관(이상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무위원이자 경찰청을 소속으로 두고 치안의 최고 권한을 맡은 공무원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이 탄핵소추의 사유다.

별생각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소추를 당한 장관이 지난 6월에 제주명예도민으로 의회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전 장관의 명예도민 수여에 관한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탄핵소추를 받았었고, 유가족의 정서를 고려할 때 명예도민 선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도 함께 검토됐다. 다만, 향후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제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에 제주도의 제안에 동의했다.

이제 정상화가 필요하다. 잘못된 부분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명예도민 조례 제8조는 명예도민증을 수여받은 사람이 그 수여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도의회의 동의를 거쳐 도지사가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정은 명예도민 취소에 관한 안건을 조속히 도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반헌법적 12.3 비상계엄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명예도민 자격을 상실할 자들이 더 늘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차제에 결격사유를 신설해 자동적으로 자격을 박탈하는 조례 개정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제주4·3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제주공동체와 함께할 수 없는 자들에게는 명예도민 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하성용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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