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 운앞에 겸손하자
2021-06-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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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환 (Homepage :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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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명강의로 세계적 찬사를 받았던 하버드대학의 마이클샌델 교수는 자신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공동체 속에서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는가를 지적했다. 올해 초 그는 우리나라 한 방송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한 개인이 살아가는데 많은 부분은 그의 능력보다는 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한해 2천명의 신입생을 뽑는 하버드대학에 매해 4만명의 학생들이 지원을 한다고 한다. 그중 하버드대학에 입학할 만한 인재는 적어도 2만명은 된다고 샌델교수는 말했다. 그런데 2만명중 2천명은 과연 어떻게 뽑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센델교수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좀 더 좋은 조건과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조건과 환경은 지극히 개인이 이룬 것이 아닌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결정된 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충분히 하버드에 올 수 있는 2만명 중에서 2천명은 제비뽑기로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개인적 의견을 드러냈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을 운에 의지할 수만은 없지만 적어도 그것은 동일한 자격 조건이 되는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준다는 것과 소위 차별로 인해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자괴감은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것 역시 완전한 해법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이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의 위치를 생각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샌델 교수의 이런 사고는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는 오랜 서구사상과도 맞물린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많은 그리스 장수들이 트로이의 명장 헥토르와 맞서려 하지 않자 결국 제비뽑기로 맞서 싸울 장수를 뽑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디오니소스 축제에 올려진 그리스 비극들은 다섯명의 심사위원중 세 명의 돌 색깔로 우승자를 가리기도 했다. 그들에게 운이란 말 그대로 능력과는 상관없는 운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선택할 수 없다. 그것은 오로지 신의 뜻이다. 운명이다. 한 서울대학교 출신 학생이 소위 sky 출신만 가입할 수 있는 미팅웹을 만들고, 한 명문 사립대학의 학생들이 서울캠퍼스와 지방캠퍼스를 동일시 할 수 없다며 비대위임원을 분교학생이 맡자 학생의 신상털이와 함께 조롱을 이어갔다. 결국 그의 인준은 무효가 되었다. 누군가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개탄할 것이고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들이 정말 당연한 것일까? 우리는 몇 년 동안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자녀들의 대학입학에 어떻게 부당한 권력을 행사해 왔는지 보아왔다. 물론 자신은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 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된 것일까? 남보다 좋은 환경과 좀 더 좋은 부모를 만난 것이 과연 개인의 능력일까? 그렇지 못한 환경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밀려난 사람들은 없는 것일까? 서구 사회에서 성공한 대부분의 CEO들은 자신의 성공비결을 운이 좋아서라는 말로 대답한다. 그들은 알고 있다.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자들이 도처에 있다는 것을. 자신의 성공에는 노력과 더불어 무시하지 못할 운이 있었다는 것을. 인간은 결국 태도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태도가 곧 그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에 대해서, 우리의 성공 앞에서 좀 더 겸손해져야 필요가 있다. 허성환(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010-2805-28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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