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 2021-12-04 11:56 )
  NAME : 강현윤   |   HOME :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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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재 장면. 저녁 산책길에 지나치게 되는 풍경이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는 도서관, 도로 옆 어른 키보다 높은 담장으로 경계를 짓고 나무와 꽃들로 구분을 해놓았다. 두 번째 장면. 어릴적 친구들이 담장 너머로 부르던 목소리, ‘해철아, 놀자’. 세 번째 장면. 이제 곧 볼 수 있을 풍경, 담장에 붙여진 선거 후보자들 각각의 포스터. 입술은 다물고 있으나 텍스트와 이미지로부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다. 사전에서는 담장을 ‘집이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벽돌 따위로 쌓아올린 것’이라고 정의한다. 경계와 구획이 목적이긴 하지만 폐쇄, 고립보다는 소통, 들어옴과 나감의 의미가 보다 적확할 것이다. 쌓아올린 돌 틈 사이로 바람이 드나드는 올레 담장부터 감히 그 안을 상상하기 힘든 철옹성의 담장까지, 나이 먹을수록 어렵기만 한 사람사이의 담장부터 죽을때까지 답을 찾는 과정일 생각의 담장까지. 서론에서 언급한 도서관의 답장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이 도서관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을지 모르겠다. 건물 외벽을 통유리로 설계, 제작하여 시각적 효과와 도서관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부각시키려 했음에도 어른 키보다 높은 담장은 내외부의 흐름을 차단시켰다. 이용자의 안전 및 보호를 고려했을 수는 있으나 담장을 높이를 보다 낮추고 적색 벽돌의 노출보다는 벽화를 그려넣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에는 두 개의 중요한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특히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지사, 교육감, 도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벌써부터 여러모로 역대급(?)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긴 현재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도 역대급(!)이긴 하다. 정당과 정당사이의 담장, 정당과 후보자사이의 담장, 후보자사이의 담장, 후보자와 유권자사이의 담장, 유권자사이의 담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는 정당, 후보자에 대한 정책과 자질 검증의 담장은 높이고, 후보자와 유권자사이의 소통 담장은 낮추며, 유권자 자신의 선택에 대한 생각 담장은 관심과 비판, 실천을 확보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도서관의 담장이 작게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제도하에서 현재와 미래를 보장할 수많은 것들이 정치에 의해서 결정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선거는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써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임을 인지하고 체험해왔다. 담장을 따라 걷다보면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졌다. 어찌보면 가끔은 생각(사고)의 담장을 넘나드는 월담(실천)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제주시 이도이동 강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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