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태계의 허파, ‘곶자왈’의 보존을 위하여   ( 2023-04-02 23:37 )
  NAME : 오세빈   |   HOME :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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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춘분(春分)이 지나고 청명(淸明)에 접어드는 시기이다. 벚나무 꽃이 생명을 품고 만개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지만, 도로에 떨어진 꽃잎은 셀 수 없을 만큼이나 되었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벚나무뿐만 아니라 많은 동식물들은 봄이 되어서야 푸름과 생명을 되찾는다. 그런데 제주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푸른 곳이 있다. 바로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육지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 제주에서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첫 번째는 단연 곶자왈이다. 제주 고유의 자연유산인 곶자왈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곶자왈’이란 제주의 고유어로, ‘곶’과 ‘자왈’의 합성어이다. ‘곶’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덤불과 같은 뜻이다. 곶자왈은 ‘지형·지질 측면에서 보면 토양이 거의 없거나 토층의 심도가 낮으며, 화산 분화 시 화구(오름)로부터 흘러나와 굳어진 용암의 크고 작은 암괴가 요철(凹凸) 지형을 이루고 있고, 식생 측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양치식물과 함께 나무(자연림)와 가시덩굴이 혼합 식생하고 있는 자연 숲 지대’를 지칭한다. 제주도의 화산활동 중 최후기 단계인 약 10만 년 전에서 3만 년 전, 화구로부터 분출된 분석과 용암, 분석구의 사면 붕괴로 인해 독특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용암류의 성질과 유동 형태, 용암이 냉각되는 동안 형성된 다양한 절리 및 함몰 지형 형태, 그 이후 겪게 된 풍화와 침식, 식생의 발달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곶자왈 지대의 면적은 약 113㎢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6.1%를 차지한다. 제주도의 동, 서, 북부에 걸쳐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형성된 용암에 따라 크게 4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 애월 곶자왈 지대, 조천-함덕 곶자왈 지대,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를 ‘제주 4대 곶자왈’로 부르고 있다. 오늘날의 곶자왈은 독특한 자연환경 덕분에 다양한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숲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제주도만의 독특한 형태의 숲으로,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가 되어주는 생명의 숲 그 자체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1997년부터 곶자왈 지대를 지하수 보전 등급 2등급 및 생태보전지구 등급 3등급 지역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도에 비해 실제 보전은 뒷전인 상태이다. 지하수 보전 2등급은 폐수배출시설과 폐기물처리 시설의 설치만을 제한할 뿐, 하수관거 설치 등을 조건으로 하는 생활하수 배출시설의 설치는 허용하고 있다. 이는 관광시설 건설과 도시 개발이 가능하여 훼손되어도 실질적인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생태계보전지구 3~5등급으로 지정된 지역은 개발이 가능한데, 현재 곶자왈 전체 면적의 약 80%는 생태계보전지구 3~5등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곶자왈의 숲을 밀어버리고 골프장과 같은 관광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개발이 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지금도 각종 개발로 곶자왈의 울창한 숲이 사라지고 있다. 현재 사유지인 곶자왈의 면적은 22㎢이며, 전체 면적 중 약 20%에 달한다. 곶자왈 전체의 체계적인 보전을 위해서 도에서는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 개정(안)을 마련하여 2023년 1월에 입법예고 기간을 거쳤다. 그러나 특별회계 설치 관련 부서 협의가 늦어지고 있어, 오는 4월 10일 개회하는 제414회 제주도의회 회기에는 제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주 생태계의 허파이자 고유한 자연유산인 곶자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하수 보전 등급을 1등급으로 상향하여 개발 행위에 대한 법적인 제한 규정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도 차원에서 곶자왈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하여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 제주도민 중에서도 곶자왈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22년 11월에는 70대 도민이 땅값 상승을 노리고 축구장 만한 면적의 곶자왈 지대를 무단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훼손한 자는 처벌을 받았지만, 한 번 훼손된 곶자왈은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었다. 법적 규제와 교육과 같은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도민의 인식 전환과 실천적인 노력 또한 중요하다. 자연환경과 곶자왈의 소중함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곶자왈을 보호하려는 개인의 인식과 실천적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곶자왈 지대는 제주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는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곶자왈 내 요철 지형은 풍부한 지하수 함양지대로 빗물의 42%를 저장할 수 있다. 곶자왈이 빗물을 오랜 세월 품고 인내하여 만들어낸 생명수가 제주의 지하수인 것이다. 숨골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함몰지를 보호하여 지하수를 보전하고 곶자왈을 지켜야 한다. 만연한 봄이 찾아온 요즘, 주말에 잠시 시간을 내어 제주도의 곶자왈을 찾아 자연과 곶자왈 숲의 소중함을 직접 느껴보는 것을 추천하고자 한다. 아래에는 필자가 추천하는 곶자왈 관광지로 방문 시 참고하길 바란다. <제주도 내 곶자왈 관광지 추천> - 제주곶자왈도립공원, 서귀포시 대정읍 -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서귀포시 표선면 -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생태체험관 제주시 조천읍 - 동백동산(선흘곶자왈), 제주시 조천읍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오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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