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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샤넬 오픈런 있다면 제주엔 도넛·카페 오픈런!
"코로나로 외출 어려운데 기왕이면 자랑할 만한 장소 가고 싶어"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21. 08.04. 20:15:05

4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에 있는 인기 도넛 가게 앞에 순서를 기다리는 관광객과 도민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연합뉴스

4일 수요일 오전 10시 10분 제주시 애월 한담해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들이 있다고 해 취재 차 찾아갔다.

서울에서 인기를 끈 도넛과 크로플(크루아상+와플), 햄버거 매장과 카페 등 이른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명소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대부분 오전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이미 10시 10분께 주차장은 80%가 가득 차 있었다. 헐레벌떡 한담해변 SNS 명소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도넛 매장으로 가보니 기자 앞에는 100명 가까운 인원이 줄을 서 있었다.

기자는 사실 지난 1월 16일 이곳에서 무려 1시간 20분을 기다려 도넛을 사서 먹은 적이 있다.

벌써 오픈한지 8개월이 넘어 이제는 인파가 줄지 않았을까 했지만, 오산이었다.

야외 테이블을 정리하는 도넛 가게 직원에게 "몇 시부터 줄을 서야 첫 번째로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으니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 계신다"고 답했다. 도넛 가게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다.

매장 문을 연 지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긴 줄을 보자마자 도넛 구매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그늘에 앉아 도넛 가게보다 1시간 늦게 여는 햄버거 가게가 영업을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사실 지난 1월 이곳을 방문했을 때 햄버거 가게가 의외로 줄이 적었던 기억이 불현듯 스쳤기 때문이다.

4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에 있는 인기 햄버거 가게 앞에 순서를 기다리는 관광객과 도민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연합뉴스

'도넛 대신 햄버거를 사 가자'

줄서기는 포기하고 휴대전화 시계가 정확히 11시를 가리키자마자 네이버를 통해 포장 주문을 했다. 1번으로 주문했다는 안내가 떴지만, 햄버거를 받을 수 있는 예상 시간은 무려 '40분'.

그늘에 앉아 있는 데도 등허리로 땀이 줄줄 흘렀다.

그늘 밖에서 줄을 서 있는 관광객과 도민은 오전부터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태양 아래서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일행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돌아가며 줄을 서는 광경도 목격됐다.

줄을 선 이들에게 "줄이 너무 길지는 않냐"고 넌지시 물었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관광객 김모(23) 씨는 "오랜만에 밖으로 여행을 온 만큼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며 "인기 디저트 매장은 서울 아니면 제주에만 있는 것이 많다. 실제 내가 사는 충북지역에는 이 매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같은 인기 매장은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로 줄을 서야 한다. 특히 서울이 아닌 제주 매장에만 있는 메뉴도 있어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주시 연동에 사는 주부 강모(43) 씨는 "아이들이 SNS를 보고 한번 와보자고 해 왔다"며 "대신 코로나19 때문에 일부러 주말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평일에 찾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요즘같이 외출이 어려운 날에 기왕이면 나 여기 왔다고 자랑할만한 장소에 오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사진 찍을 곳도 많아 더 좋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줄을 서는 동안에는 줄이 긴 탓에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보였지만, 가게 내부에 들어가 주문할 때는 한 개 팀만 들어가도록 하고, 정원에 맞게 매장 입장을 허락하는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오픈런 현상은 애월 한담해변뿐 아니라 제주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오픈한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한 카페에도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였지만 그 전부터 100명 넘는 인원이 몰린 것이다

구좌읍 주민 김모(32) 씨는 "집 근처에 서울에만 있는 카페가 생겨 오픈한 날 오전 8시 30분부터 갔는데, 이미 인파가 바글바글했다"며 "거짓말 보태지 않고 그날 커피를 받은 시간이 줄을 선 후 2시간 지나서인 11시 30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현재 대기가 오픈 날처럼은 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동네 주민으로서 코로나19로 인파가 몰리면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방역 수칙만 제대로 지킨다면 이 같은 명소가 어려운 시기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보탬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른바 '빵지순례' 코스로 유명한 제주시 애월읍의 한 빵집은 오전 6시부터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다.

오전 6시에 예약을 하면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예약한 시간에 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오픈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하고, 6시 30분이 지나서 오는 경우 예약을 못 하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한림읍의 수제 푸딩을 판매하는 매장도 줄 서기는 필수다. 제주에서 나는 우뭇가사리로 만들어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데다 귀여운 매장 마스코트까지 인기를 끌면서 SNS 명소로 인기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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