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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플러스]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
제주, 외세의 억압·침탈로 고초 겪은 아픔 서린 땅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1. 09.10. 00:00:00

유적지 찾아 제주인의 삶 느껴보는 다크투어 여행
알뜨르비행장·동굴진지·큰넓궤 등 흔적 고스란히


천혜의 자연유산을 갖춘 제주는 이미 세계적인 관광지 중 한 곳이지만 아름다운 자연 뒤로 많은 아픔이 담겨 있다.

제주도는 외세의 억압과 침탈에 시달렸다. 몽골 항쟁, 일제 강점기, 4·3사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으며 척박한 땅을 일구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제주인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있다.

다크투어리즘은 전쟁·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 현장이나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는 여행을 뜻한다. 추석명절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로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는 없지만 지금껏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찾아보며 아픔을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다크투어 장소로 손꼽히는 3곳을 소개한다.



▶알뜨르비행장=알뜨르는 '아래 벌판'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알뜨르의 너른 벌판은 일제 강점기 시절 비행장이 있던 자리로,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과 함께 대표적인 군사비행장이다.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해 있는 이 곳은 1930년대 초반부터 태평양전쟁 말기까지 3차례에 걸쳐 일본군이 제주도민들을 동원해 만들어졌다. 66㏊ 넓이의 부지에 폭 20m, 높이 4m, 길이 10.5m 규모로 20개의 격납고가 세워졌다.

1937년 중·일 전쟁이 발발하자 알뜨르비행장은 전초기지로 쓰였다. 당시 비행기의 짧은 항속거리로 인해 중국 본토를 공습할 수 있도록 거쳐가는 중간 장소를 만든 것이다. 중일 전쟁 당시 이 곳에서 발진한 비행기들이 중국 난징과 상하이를 폭격하기도 했다.

1941년 12월에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을 위해 군사기지로 활용됐다. 당시 2500명의 해군항공대와 전투기 25대가 배치됐다. 전세가 밀리자 '자살전술특공대' 가미카제를 위한 조종훈련이 이 곳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70여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으나 무척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어 원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송악산 동굴진지=송악산 동굴진지는 태평양전쟁 말기 패전 위기에 몰린 일본이 본토 방어를 위한 작전인 '결7호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구축했다.

송악산 동굴진지.

또 알뜨르비행장 경비 및 미군 상륙 저지를 위한 최전선 거점으로 만들어졌다.

송악산~사계리~화순항~월라봉에 이르는 해안에 해안특공기지를 만들고, 포대 및 토치카, 벙커 등을 설치했다.

송악산 해안절벽엔 15개의 인공동굴이 뚫려 있는데, 이 곳은 어뢰정을 숨겨놓고 연합군의 공격에 대비했던 곳이다.

당시 모슬포 주민들이 동원됐는데, 이 곳에서 공사를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망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아쉽게도 지난 3월 송악산 해안절벽이 무너지며 동굴진지 입구를 막아버리면서 제주도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큰넓궤=영화 '지슬' 촬영지로도 유명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는 4·3사건이 한창이던 1948년 11월 중순 마을이 초토화된 이후 동광 주민들이 2개월 가량 집단적으로 은신생활을 했던 장소다.

큰넓궤.

당시 이 굴에는 120여명이 숨어 살았지만 1949년 초 토벌대의 집요한 추적에 발각되고 만다. 토벌대는 굴 안으로 진입하려 했지만, 동굴안에 있던 청년들은 이불과 솜 등을 전부 모아 고춧가루와 함께 쌓아놓고 불을 지폈고, 연기를 동굴 바깥으로 나가도록 했다.

결국 토벌대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입구 밖에서 총만 난사하다 밤이 되자 굴 입구에 돌을 쌓아놓고 철수했다. 굴 입구로 오지 못하고 숨었던 청년들은 돌을 치우고 주민들을 바깥으로 대피시켰다. 이들은 모두 한라산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영실 부근 볼레오름에서 토벌대에 총살되거나 붙잡혀 서귀포로 이송됐다. 이 중 40여명은 정방폭포 부근에서 학살당했다.

강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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