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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라이프]동네서점 10년 '문교서적'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2. 01.08. 12:56:35
 제주시 동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문교서적은 10년째 건입동을 '지키고' 있는 동네 서점이다. 이곳의 문을 열고 닫는 이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지난 4일 오후 서점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 가까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남은 시간을 메우기 위해 들른 사람, 아이손을 잡고 동화책을 고르기 위해 들른 사람, 중학생 딸에게 읽힐 책을 사기 위해 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문교서적이 동네 서점으로 행복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동네서점의 효자노릇을 했던 참고서는 물론 단행본이나 잡지 판매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급기야 지난해 9월엔 개점 이후 줄곧 지켜오던 공간을 떠나 집세가 저렴한 인근 건물로 서점을 옮겼다. 규모를 66㎡(20평)에서 49.5㎡(15평)으로 줄이고, 유일하게 고용했던 직원 1명을 해고시켰다. 당장 집세를 마련하기도 빠듯했던 터라 예년처럼 서점을 운영하다가는 적자가 쌓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한차례의 '태풍'이 지나간 서점은 요즘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종일 서점을 지키고 있는 김병란(45)사장은 "주변에 서점 규모를 줄인다는 얘기를 했을때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점이 작아지면 그만큼 구색이 다양하지 못해 독자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동네 서점 경영에 대한 방침을 버리지 않은 덕분에 적자는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동네서점 경영의 노하우는 친절과 서비스로 고객을 대하라는 것.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는 얘기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원칙이기도 하다. 책을 사고 가는 고객도 반갑지만 서점에 들러 몇시간이고 이책 저책을 뒤적이다 가는 손님도 밉지 않다는 게 김사장의 말이다. 결국 그들이 다시 서점을 찾아 책을 구입하는 고객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요즘엔 일간지 등을 꼼꼼히 챙겨보면서 우리 서점을 즐겨 찾는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골라내고 주문하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사회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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